세계 최대 맥주 축제 인플레·코로나·날씨 3중고
1인당 매상 2019년보다 ↑…맥주가격 17% 인상

"그리웠던 옥토버페스트 맥주를 한잔하는 순간 온몸이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옥토버페스트 프쇼르-브로이로즐 천막에서 만난 대학생 안토니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고향 최대 축제를 되찾은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4살 때부터 부모를 따라 옥토버페스트 방문을 시작한 '토박이'다.

디른들과 가죽바지 등 전통의상을 입고 이른 오후부터 대학 친구 라우라와 미리암 등 친구 10명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안토니아씨는 미뤄뒀던 이야기를 나누고, 잔을 맞부딪히며 즐거워했다.

테이블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3∼4시께부터 채워지기 시작한 8천석 규모 대형 천막은 오후 5시가 되자 모두 꽉 찼고,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다.

1901년 처음 세워진 이 천막은 높이가 15m로 옥토버페스트 부지 내 17개 대형천막과 21개 소형천막 중 가장 높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안토니아 일행 인근 맥주 판매대에서는 나무맥주통에서 1L짜리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는 손길이 분주했다.

이 천막에는 매일 밤 오전 1시부터 8시 사이에 채워지는 280헥타리터(hL) 규모의 맥주탱크 3곳에서 맥주가 공급된다.

280hL로는 1L짜리 맥주잔 2만8천잔을 채울 수 있다.

33년째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를 따르고 있는 노르베르트 슈트랑씨는 "3년간 너무 슬펐는데, 이제야 다시 기쁘다"라면서 "여기서 일하는 이들이 나의 가족이자 친구인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들과 다시 해후하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하루에 1만잔 이상의 맥주를 따른다.

한잔을 따르는 데는 3초가 걸리며, 잔에 따를 때 맥주의 온도는 2도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옥토버페스트에 참가 권한이 있는 아우구스티노, 하커-프쇼어, 호프브로이, 뢰벤브로이, 파울라너, 슈파텐 등 뮌헨의 정통양조회사들은 옥토버페스트용 맥주를 별도로 주조한다.

통상 옥토버페스트용 맥주는 알코올도수가 5.8∼6.0%로 보통 맥주(4%)보다 높다.

맥주 매대에서 각 테이블로 맥주를 나르던 엘리자베스 프리스씨는 "비록 맥주잔이 가볍지는 않지만, 여기 사람들과 음악이 참 좋고, 일할 때 행복하다"면서 "맥주를 가져다주면 사람들은 금방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보통 웨이트리스 한 명당 나르는 맥주는 최대 9잔이다.

맥주 무게와 잔 무게를 더하면 족히 2kg은 나가니 웨이트 트레이닝에 가까운 수준이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오후 6시가 지나니 분위기는 더욱 끓어올랐다.

역시 8천여석에 달하는 인근 파울라너 천막에서는 전 좌석이 만석이 되더니 모두 의자 위에 올라서서 어깨를 걸고 천막 중앙에 위치한 밴드가 연주하는 노래에 따라 춤을 췄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복도에는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들은 자리가 나면 끼어들어 축제를 즐긴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마주하고, 대화하고, 교류하는 게 옥토버페스트의 매력이라고 참가자들은 귀띔했다.

손님과 일하는 이들 모두 행복해 보였지만, 3년 만에 재개된 옥토버페스트에는 그늘을 드리우는 요인도 적지 않았다.

옥토버페스트 주최 측인 뮌헨시와 천막 주인들의 웃는 얼굴 뒤에는 불안감이 엿보였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먼저 좁은 실내공간에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없이 축제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물가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손님들과 주최 측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온이 6∼8도까지 떨어지고 비가 온다는 점도 세계 최대 맥주 축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12유로였던 1L짜리 맥주 1잔의 가격은 올해 13.5유로, 내지 14유로로 17%가량 인상됐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클레멘스 바움개르트너 뮌헨시 옥토버페스트 총책임자는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축제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1인당 매상은 2019년보다 높은데, 다만 방문자수는 그때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기온이 8도까지 내려가고 비가 내렸고, 코로나 여파도 계속되고 있으니 방문자수가 적은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오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플로리안 네이 파울라너 그룹 국제시장 담당 대표는 "과거에는 아시아에서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최근에는 각지에서 방문하는 고객사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방문객 숫자에는 애써 신경쓰려 하고 있지 않다.

날씨가 안좋아서 첫 주말에는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3년만에 연 독일 옥토버페스트…"문전성시 속 인플레 그늘도"
독일 뮌헨시는 올해 9월 17일부터 10월 3일까지 뮌헨 테레지엔비제에서 세계 최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를 개최하고 있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개최되지 못하다가 3년 만에 재개됐다
2019년 옥토버페스트에는 600만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이중 100만명은 해외에서 온 손님들이었다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역대 첫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10월 17일 작센힐드부르크하우젠의 루트비히 왕세자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을 기념해 열린 경마 행사에 기원한다.

당시 경마가 들판(비제)에서 열린데서 유례해 그 복수형인 '비즌' 이라고도 불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