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까지 9개 왕릉·경기전서 열려…"상시 프로그램 발굴할 것"
살아숨쉬는 역사에 상상 더한 왕릉 이야기…조선왕릉문화제 개최
나무 사이사이로 반딧불이가 환하게 빛을 내자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릉의 정령 '락'은 주변 모든 존재를 깨우려는 듯 노래를 시작했다.

"바로 여기가 신들의 정원, 이 정원이 나야!"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왕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

이승을 떠난 왕과 만난 락은 '상위복'(上位復·죽음의 길로 가지 말고 돌아오라)이라고 몇 차례 소리치며 노래를 이어갔다.

왕과 락, 석수(石手)가 함께 서자 역대 조선 왕들의 초상화들이 차례로 화면을 채웠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2022 조선왕릉문화제'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3차원 판타지 콘텐츠 '신들의 정원' 하이라이트 무대를 공개했다.

올해 문화제 주제는 '새로 보다, 조선 왕릉'이다.

2020년 문화제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대면 행사로 여는 포부를 담은 슬로건이다.

2020년과 20201년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부분 비대면 형태로 열렸다.

올해 행사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16일까지 경기 구리 동구릉, 남양주 홍릉과 유릉, 서울 선릉과 정릉, 태릉과 강릉 등 9개 왕릉과 전북 전주 경기전에서 펼쳐진다.

살아숨쉬는 역사에 상상 더한 왕릉 이야기…조선왕릉문화제 개최
행사의 백미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들의 정원'과 '노바스코피1437'이다.

왕이 승하한 뒤 종묘에 신주를 모시기까지 약 3년의 과정을 축약한 '신들의 정원' 공연은 이동형 프로젝션, 조명 등 첨단 공연 기술을 활용한 3차원 판타지 콘텐츠다.

공연은 9월 24∼25일에는 홍릉과 유릉, 10월 1∼2일에는 선릉과 정릉에서 각각 펼쳐진다.

1437년 세종의 객성(客星·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별) 관측 기록에서 영감을 얻은 '노바스코피1437'은 드론 400대와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해 세종대왕릉 하늘에 별자리 지도를 그린다.

관람객의 호응이 컸던 야간 프로그램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문화제 기간 홍릉과 유릉, 헌릉과 인릉을 방문하면 밤하늘 아래 고즈넉한 왕릉을 느낄 수 있다.

야간 투어 중에는 입체 음향이나 빛으로 표현한 미디어아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숲길 투어, 음악회, 미션 수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다.

정성조 궁능유적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에게 조선왕릉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다양한 기술과 예술, 감성을 접목해서 국민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향후 계획과 관련, "문화제 기간에 한정하는 행사가 아니라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기행' 등과 같이 상시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살아숨쉬는 역사에 상상 더한 왕릉 이야기…조선왕릉문화제 개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