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 6%를 돌파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기업 프레디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은행들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이 연 6.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주에는 연 5.89%, 1년 전에는 연 2.86%였다. 프레디맥이 집계한 이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이 연 6%를 넘긴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1월 이후 14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상반기 한때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은 연 6.5%를 넘기기도 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추이>
자료: 프레디맥,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추이> 자료: 프레디맥,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인들에게 연 6%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부동산 구매에 있어 상당한 부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뱅크레이트의 그렉 맥브라이드 애널리스트는 “연 6%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심리적 문턱일뿐만 아니라 생애 최초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문턱”이라며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미국인들의 주택 무매력에 미친 영향은 부동산 가격이 28% 오른 것과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은 올 초(연 3.22%)보다 2.8%포인트 올랐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상당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보통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미국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주택 구매 희망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해 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샘 카터 프레디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공급 부족으로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신규주택 판매량은 51만1000채로 2016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7월 판매량은 전월보다 12.6%,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9.6% 줄었다. 단 7월 신규 주택 가격 중간값은 전월보다 9% 오른 43만9400달러로 집계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