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자체 연금개혁 세미나를 열었다. 국민의힘 내홍 등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50일 넘게 개점휴업인 상황에서 자신들이 먼저 연금개혁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지금 상태면 올해 말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점은 유감이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연금을 개혁할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장본인들이 할 소리인가 싶다. 더욱이 김 의원은 문 정부 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까지 지낸 사람이다. 연금 개혁 의지가 강한 여당을 민주당이 타이르는 듯한 모습도 기이하다.

국민은 문 정부 때 국민연금 개혁이 어떻게 좌초됐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 이미 국민연금의 전면적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국민 노후소득 보장과 국민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대로 올리는 ‘더 내는’ 개혁안 외에 답이 없었다. 소득대체율(수령액)만 각각 40%, 45%, 50%로 차이를 보였을 뿐, 세 가지 개혁안이 전부 그랬다. 그런데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이들 방안을 모두 내쳤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정부 차원의 국민연금 개혁 작업은 완전히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SNS에 올린 김 의원의 글도 묘하다. “더 내고 덜 받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국민 눈높이’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 고갈을 걱정하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하는 연금개혁에 ‘더 내고 덜 받는’ 방안 외에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