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국제총회서 시상식…덴마크 여왕 메달 받아
백희나 작가, 전시 및 대담 참여…김동성·이현 작가 등 책도 출품
안데르센상 이수지 "흥미로운 실험, 창조적인 어린이 독자 덕분"
지난 3월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림책 작가 이수지(48)가 6일(이하 현지시간) 시상식에서 "많은 흥미로운 실험이 그림책에서 시도되는 이유는 가장 창조적이고 유희적인 어린이 독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날 오후 8시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8차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국제총회 겸 시상식에서 안데르센상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덴마크 여왕 메달을 받은 뒤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수상 연설을 했다.

그는 "생의 초반, 온몸으로 부딪히며 세상과 만나는 이 반짝이는 아이들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보낸다"며 "저는 손끝 발끝으로 짜릿하게 느껴지는 생의 기쁨을 아주 진지한 태도로, 온 마음을 다해, 가장 즐겁게 놀이하는 마음으로 그려낸다.

이것이 이 아름다운 독자들에 대한 저의 감탄의 마음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안데르센상 이수지 "흥미로운 실험, 창조적인 어린이 독자 덕분"
이 작가는 20년 전 첫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일명 경계 3부작인 '거울 속으로'와 '그림자놀이', '파도야 놀자' 등을 소개하며 책의 물성을 활용한 실험적인 도전 과정을 유쾌하게 소개했다.

책의 제본선으로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구분한 3부작에서는 다음 페이지를 하얗게 비워두기도 하고, 다른 두 세계를 지나고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고자 아이의 몸을 반쪽만 그려놓아 "인쇄 사고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들은 그 어떤 도전도 받아들인다"며 "어린이들은 반쪽이 사라진 '파도야 놀자'의 아이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놀이 정신은 그림책의 모든 가능성을 확장해왔다"며 "옆으로 열리는 책, 아래에서 위로 열리는 책, 수없이 많은 작은 책들이 들어있는 책, 혹은 반대로 끝없이 하나의 페이지로 이어지는 기다란 책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또 "독자의 곁에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그림책들은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며 "그림책에는 실재의 어린이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그림책 속의 모든 색과 선과 심지어 그림책이 머금은 어떤 공기에도 어린이가 스며들어 있다.

'어린이성'이라고 부를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정수가 그림책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안데르센상은 19세기 덴마크 출신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고자 1956년 만들어진 상으로, 아동문학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아동문학 발전에 지속해서 공헌한 글·그림작가를 2년마다 한 명씩 선정해 상을 준다.

올해 글 작가 부문에선 프랑스의 마리 오드 뮈라이(Marie-Aude Murail) 작가가 수상했다.

안데르센상 이수지 "흥미로운 실험, 창조적인 어린이 독자 덕분"
지난 5일 개막해 8일까지 열리는 IBBY 국제총회는 80여 개 회원국의 아동문학 관계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전시, 강연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에 따르면 이수지 작가와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작품이 중앙 전시홀에서 주요 세션으로 소개됐다.

백 작가는 6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작가로 대담을 열어 창작 과정을 소개했다.

김동성 작가의 '시골쥐의 서울 구경'과 이현 작가의 '푸른 사자 와니니', 김영진 번역가의 '아벨의 섬'도 한국을 대표하는 '아너리스트' 작품으로 출품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