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소신' 접고 7월 방문…OPEC+은 생산 늘렸다가 다시 감산 결정
바이든 사우디 방문에도 감산에 곤혹…백악관 "필요 조치 계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지 두 달 만에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백악관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백악관은 유가가 지속해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련 조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OPEC+의 10월 생산량 감산 결정과 관련해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미국과 전 세계 소비자를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인 "미국 국민들은 이번 여름에 기름값이 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12주 연속 내려갔는데 인하 속도도 10년간 가장 빨랐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OPEC+의 감산 발표에 대해 별도로 성명을 내고 대응까지 나선 것은 이 문제가 가진 휘발성 때문이다.

앞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해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사우디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유가가 갤런(약 3.78ℓ)당 평균 5달러를 넘는 등 물가가 치솟자 인권 문제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에 도착하자마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방문 이후에도 이렇다 할 원유 증산 성과가 없자 '왜 사우디를 갔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사우디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에너지 생산업체들은 이미 증산했으며 향후 수개월내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 OPEC+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OPEC 플러스는 9월에는 원유 증산 규모를 전달보다 줄인 데 이어 이번에는 10월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 및 동맹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고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산 과정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국 내 원유 생산은 연초보다 하루 50만 배럴 이상 늘어났으며 연말까지는 10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