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딛고 315일 만에 값진 승리…"동료들이 더 힘들었을 것"
13연패 끊은 삼성 백정현 "언젠가는 승리하리라 생각…미안했다"
참 길었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선발 투수 백정현(35)이 단 1승을 거두기까지는 무려 315일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 14승(5패)을 거두며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백정현은 올해 떨어진 구위와 제구 난조, 지독한 불운이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0월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전에서 승리를 거둔 백정현은 이후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19경기에서 13연패 늪에 빠졌다.

기량 탓만은 아니었다.

백정현은 유독 불운에 시달렸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4월에 한 차례, 5월에 두 차례, 6월에 한 차례를 기록했지만, 타선의 침묵과 불펜 방화로 승리를 날렸다.

지난달 2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선 5회 1아웃까지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교체돼 패전 투수가 됐다.

19일 동안 회복에 전념한 뒤 등판한 지난달 14일 kt wiz 전에선 하늘마저 외면했다.

그는 2-0으로 앞선 3회 갑자기 몰아친 폭우로 경기가 중단돼 65분간 공을 던지지 못했지만, 식은 어깨로 다시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이어갔다.

백정현은 이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

그러나 7회에 등판한 우규민이 동점을 내주며 승리를 날렸다.

지난달 2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5⅓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이 침묵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13연패 끊은 삼성 백정현 "언젠가는 승리하리라 생각…미안했다"
삼성 선수들은 이런 백정현에게 일종의 부채감을 느꼈다.

삼성 포수 강민호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마음고생이 무척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 대행도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 전 "백정현의 첫 승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은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발 등판한 백정현은 이를 악물고 던졌다.

2회 1사 1, 3루, 5회 2사 1, 2루, 6회 2사 1, 2루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으며 역투를 이어갔다.

그는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2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3-0으로 앞선 7회 이승현에게 공을 넘겼다.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상황은 계속됐다.

삼성 불펜은 4-0으로 앞선 8회 연속 안타를 맞고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구원 등판한 최충연, 오승환이 추가 실점을 막으며 백정현의 승리를 지켰다.

백정현은 팀의 4-1 승리로 13연패 사슬을 끊고 315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삼성 내야수 이원석은 승리구를 백정현에게 건넸다.

강민호, 김상수 등 동료들은 경기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백정현을 꼭 안아줬다.

경기 후 만난 백정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승리구를 안 받겠다고 손사래 쳤는데 굳이 챙겨주더라"라며 웃은 뒤 "일단 공을 챙기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승리하리라 생각하고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며 "항상 경기 후 부족했던 점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년을 되돌아봐 달라는 질문엔 "나보다 동료들과 팬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난 괜찮았다"고 했다.

그동안 승리를 날렸던 불펜 투수들에겐 "내 뒤에 출전하는 투수들이 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힘든 과정을 겪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가족들도 빼놓지 않았다.

백정현은 "그동안 아내와 아이들한테 매우 미안했다"며 "앞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