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군, 中 드론에 '돌팔매' 대신 첫 '실탄'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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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군이 대만 영공으로 날아든 중국 드론을 향해 실탄 사격을 가했다. 중국 드론에 대한 대만군의 미온적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이뤄진 첫 반격이다. 중국의 군사적 도발이 양안(중국과 대만) 간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군 진먼방위사령부는 "30일 오후 6시께 진먼섬에 접근한 드론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고 이후 드론은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대만으로부터 200km 넘게 떨어진 곳에 있는 진먼섬은 '대만 안보의 최전선'으로 여겨진다.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 본토(샤먼시)와의 거리가 3km에 불과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중국 무인기 3대는 진먼섬 상공에 진입했다가 대만군이 신호탄을 쏜 후 중국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무인기 한 대가 다시 진먼섬 해상에 출현하자 대만군은 경고를 보낸 후 방어용 실탄 사격을 가했다. 대만군의 장정순 소장은 "우리는 절차에 따라 경고하고 통보한 후 신호탄 등으로 퇴출을 시도한다"면서 "그럼에도 실패할 경우 사격을 가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대만군이 중국 드론을 겨냥해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만군은 지난 29일 중국 드론이 진먼섬 주변을 비행하자 신호탄을 발사해 내쫓았다.
이날 사격은 "적시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 중국 무인기를 제압하라"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시 직후 이뤄졌다. 중국은 이달 2~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진먼섬을 중심으로 연일 드론을 띄우며 대만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의 도발에도 대만군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거세지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중국판 유튜브인 비리비리에는 진먼섬의 부속 섬인 얼단섬에서 대만군 병사가 중국 드론을 쫓아내기 위해 돌을 던지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대만에선 부실 대응 논란이 가열됐고 대만 당국은 "경고 이후 중국 드론을 격추시키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양안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정치인의 대만 방문은 이날도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의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30일부터 사흘간 대만에 머물며 반도체 협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공장과 관련해 협력 업체를 유치하는 게 그의 주된 방문 목적이다. 이달 들어 대만을 방문한 미국 정치인은 총 5명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하 조치가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데다 관세 인하 논의의 배경이었던 인플레이션이 차츰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