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문 전레바논 대통령 손녀 대선출마 선언…'反헤즈볼라 노선'
1952년부터 1958년까지 레바논의 대통령을 지낸 카밀 샤문(1987년 사망)의 손녀 트레이시 샤문(61)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레이시 샤문은 전날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빈사 상태에 빠진 레바논 경제 회생과 국제 원조 공여국과의 신뢰 관계 회복을 위한 개혁을 대선 출마의 화두로 제시했다.

그러나 샤문은 아직 레바논 원내 진출 정당으로부터 공식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한데다, 레바논 정치와 안보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비판해 대권 도전이 순조로울지 불투명하다.

샤문은 "레바논은 특정 정치 그룹에 의해 통치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와 전쟁에 관한 레바논의 결정은 관련 기관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샤문은 레바논에서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한 두 번째 여성이다.

앞서 2014년 대선에선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인 나딘 무사가 출마 선언을 한 적이 있다.

샤문은 레바논의 유명한 기독교계 정치 가문 출신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1952∼1958년 레바논의 7대 대통령을 지낸 카밀 샤문이며, 아버지는 장기 내전 중 우파정당인 국가자유당(NLP)의 군사 조직을 이끌었던 다니 샤문이다.

임기 6년의 레바논 대통령은 종파 간의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마론파 기독교계에서 맡는다.

대통령 선출은 간접선거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는 재적 의원 128명중 3분의 2 이상(86명)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될 수 있으며, 2차 투표 이후부터는 재적 의원 과반(65명 이상)의 지지로 당선된다.

레바논은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 속에 시작된 경제위기가 코로나19 대유행과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헤즈볼라 동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