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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 '긴급조치 9호' 판단 7년만에 뒤집은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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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책임' 강조하며 국가 잘못 부정한 판례 변경…"긴급조치 관여자 전체 책임"
    박정희·판사 책임 문제에는 별개 의견…"법관, 지배권력 안돼" 반성도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가 국민 개인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였다고 본 30일 대법원 판결에는 국가폭력의 발령과 적용·집행에 관여한 개개인이 아니라 그들 '전체'의 직무행위가 위법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긴급조치권을 행사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판사·검사·경찰관·수사관 개인의 책임을 하나하나 입증하거나 묻지 않더라도 당시 국가 직무행위에 정당성이 없었던 만큼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자 '무효'지만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 2015년 판례가 변경되면서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게 됐다.

    양승태 대법원 '긴급조치 9호' 판단 7년만에 뒤집은 사법부
    ◇ 대법 "대통령·판사·검사·경찰관 개인 아니라 '전체'에 책임 물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뤄진 체포·구금·수사·공소제기(기소) 등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유죄 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긴급조치의 발령·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에 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과 같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의 성립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한 대통령과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수사·재판을 한 개개인이 불법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로 저지른 것인지를 따질 필요 없이 당시 국가작용에 참여한 사람들을 '전체'로 묶어 직무 집행에 문제가 있었는지 보면 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수사, 재판의 과정이 함께 불법행위를 이루므로, 대통령 개인이나 수사기관 개인, 법관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기도 하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2018년 2월 접수해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했다.

    대법관들은 긴급조치 9호가 불법행위라는 결론에 동의하면서도 세부 쟁점에서는 다소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립적'인 불법행위와 그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혹은 '유족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다수 의견에 속한 대법관들은 국가폭력의 책임을 관여자 '전체'에서 찾아야 하는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봤지만, 김재형·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대통령 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취지로 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다수 의견은 긴급조치 9호 상황에서 영장 없이 체포돼 폭력 피해를 당하고 기소된 사람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판사 개인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양승태 대법원 '긴급조치 9호' 판단 7년만에 뒤집은 사법부
    ◇ "개별적 불법행위 입증"…국가 책임 부정한 '양승태 대법원' 판례 뒤집혀
    이날 대법원 판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주심 권순일 대법관)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부정하며 내놓은 논리와 상반된다.

    2015년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 행위 자체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니 위법행위가 아니므로, 검사·경찰관·수사관의 수사·기소가 개인적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재판을 한 판사 개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성립한다는 설명을 내놨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두 해 전인 2013년 긴급조치 9호에 위헌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2015년 대법원은 이를 전제로 삼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위헌·무효'지만 '불법행위'는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며 논란도 일었다.

    훗날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사태를 수사한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 문제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협조를 얻으려 했던 '노력'의 과정에 긴급조치 사건 등도 포함됐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하급심 판사들을 징계하려 했다는 정황도 파악됐다.

    양승태 대법원 '긴급조치 9호' 판단 7년만에 뒤집은 사법부
    ◇ "희생자 보상 입법 필요"…"법관, 통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돼" 반성도
    유신헌법(1972년 제정)을 근거로 1975년 발령된 긴급조치 9호는 ▲ 개헌 논의 금지 ▲ 집회·시위 금지 ▲ 유언비어 날조·유포 금지 ▲ 긴급조치 비방 금지 ▲ 관련 보도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위반시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이 가능했고 재판에 넘겨질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긴급조치를 위해 병력 동원도 할 수 있었으며, 주무 장관에게는 명령·조치가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초법적 권한도 부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인사, 학생들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폭력에 내몰렸다.

    술을 마시다 대통령 욕이라도 했다간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의미로 세간에선 '막걸리 긴급조치'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날 7년여 만에 종전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대법관들은 판결문에서 다양한 소회를 밝혔다.

    안철상 대법관은 "긴급조치 9호는 잘못된 입법이고, 잘못된 입법으로 인한 국가배상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 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은 "법관은 통치권자나 지배권력이 위헌·위법한 국가권력 행사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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