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율 1.49% 인상…지역가입자는 월 1천598원 추가 부담
재정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 인상 불가피…정부 "인상 폭은 억제했다"
'수원 세 모녀' 건보료 체납 확인…"국민 부담 가중보다 국고 지원 늘려야"
직장인 건강보험료율 첫 7%대 진입…월평균 2천원 더 낸다(종합2보)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49% 오른다.

이에 따라 직장인 소득 중 건강보험료 비율은 처음으로 7%를 넘어서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2023년 건강보험료율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건강보험료율 조정으로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현행 6.99%에서 내년 7.09%로 0.1%포인트(P) 인상된다.

보험료율이 7%를 넘긴 것은 2000년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통합된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205.3원에서 208.4원으로 오른다.

◇ 직장인 월 평균 2천69원, 지역 가입자 1천598원 추가 부담…정부 "국민 부담 고려해 인상 폭 결정"
직장가입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올해 7월 기준 월 평균 14만4천643원에서 내년 14만6천712원으로 2천69원 인상된다.

지금보다 월 평균 2천원 안팎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다만 소득세법 개정으로 식대 비과세 한도가 확대됨에 따라 비과세 식대 수당이 인상되는 직장 가입자는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이 감소하는 만큼, 건보료 인상 폭도 줄어든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지역가입자 세대(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는 현재 10만5천843원에서 내년 10만7천441원으로 1천598원 올라간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회의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 소득세법 개정으로 건강보험 수입은 감소하고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 시행으로 지출은 늘어남에 따라 건보료율을 인상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강보험료율 인상폭 1.49%는 2018년 이후 최저치로, 필수 의료체계 강화와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확대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지출 소요가 있어 예년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을 나름대로 억제했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간 평균 건강보험료 인상률 2.70%와 비교하면 내년 인상률은 1.21%P 낮은 수준이다.

복지부는 "물가 등으로 인한 국민의 보험료 부담 여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강도 높은 건강보험 재정개혁을 추진해 재정누수를 막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민의 의료이용 증가로 건보 재정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공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시행돼 건보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직장인 건강보험료율 첫 7%대 진입…월평균 2천원 더 낸다(종합2보)
◇ 5년내 법정 상한선 8% 넘을 수도…"정부 지원 일몰제 없애 국고로 확대해야"
건강보험료율은 최근 10년 동안 2017년만 빼고는 해마다 올랐다.

올해까지는 간신히 6%대를 유지했지만 내년에 7%대를 돌파하며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물가 상승에 더해 건보료 부담까지 커지게 됐다.

현행 건강보험법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8%(1천분의 80)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상한선을 명시하고 있다.

내년에 7%대를 돌파하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법정 상한선인 8% 벽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상 요인에 따라 보험료를 연평균 3% 안팎으로 올린다고 가정하면 2026년쯤 법정 상한선인 8%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하고 있지만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건보료율을 무조건 올리기 보다는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방안은 추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의료비 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당분간 건보료율을 상한선 8% 이내로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상한선 상향 조정은 국회에서 논의 기회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철저한 재평가' 방침을 최근 밝혔다.

과잉이용 항목에 대한 감독·관리를 강화하고, 근골격계 MRI 등을 새롭게 건강보험 급여 보장 대상으로 넣기로 했던 기존 계획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재정 효율화를 통해 건보료율 인상을 일부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의료 이용 증가 등 추세상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반지하 일가족 사망, 수원 세 모녀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건보료 인상에 대한 반대 역시 거세 앞으로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년 건보 재정 적자가 커지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2007년부터 건강보험법을 통해 건보 재정을 국고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올해 12월까지라는 일몰 조항을 뒀는데, 이 일몰제를 폐지해서 정부가 항구적으로 건보 재정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며 국고 지원 일몰제를 폐지하는 입법을 국회에서 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의료노조도 논평을 통해 정부지원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고 "건보 재정 30% 이상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건강보험료율 첫 7%대 진입…월평균 2천원 더 낸다(종합2보)
◇ 수원 세 모녀도 건보료 체납…건보료 인상에 여론 부정적
문재인케어 재검토, 건보료 인상 부담 등이 맞물려 건보 재정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10월까지 집중 논의를 거쳐 재정개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수원 세 모녀의 건보료 체납 사실을 들며 "공공요금 대폭 인상에 더해 건보료율까지 올리면 많은 이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것"이라며 "건보료율을 인상할 게 아니라 기업 보험료를 올리고 정부의 국고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데 대한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6∼7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3.6%가 '현재 소득 대비 보험료가 부담된다'고 밝혔다.

보험료 수준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비교하면 11%P나 높아졌다.

또한 응답자 71.2%는 내년 건보료율 인하 또는 동결을 요구했다.

건정심은 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으며 가입자 위원, 공급자 위원, 공익 위원 각 8명씩 25명으로 구성됐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