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왼쪽),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뉴스1
안철수(왼쪽),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뉴스1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30일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당의 리더로 나서려고 하는 의원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다 적당히 눈치 보며 뒤늦게 의원총회 결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이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안 의원이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의총 결과는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며 "최종심도 아닌 하급심 재판부가, 그것도 본안판결이 아닌 임시 가처분을 한 것에 불과하고, 그 내용도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일단 가처분의 효력이 발생해 있는 이상 달리 선택할 만한 최선책은 없었으므로, 의총에서의 결론은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권 원내대표 역시 지도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며, 불분명한 부분은 보다 더 분명하게 정리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이 어려운 위기 국면에서 의원이라면 의총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소신을 충분히 밝히고, 공론에 부쳐 치열한 토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의 리더로 나서려고 하는 의원이 의총에서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다 적당히 눈치 보며 뒤늦게 의총 결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된다"며 "그것은 지도자의 처신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자 지난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격론 끝에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는 사태 수습 이후 논의하기로 결정을 유보했다.

약 90명 이상 의원들이 참석한 당시 의총에서 40명이 넘는 의원들은 각자 의견을 개진했으나, 안 의원은 이날 단상에서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당시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을 얘기하고 경청하고 그랬다. (제 의견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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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안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혼란한 당 상황에 대해 분명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여당이 혼란에 빠져 중요한 개혁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도리도 아니고 대통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누구의 책임이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서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주장은 법원의 판결 취지에 맞지 않으며, 법적 다툼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며 "권 원내대표께서는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해서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즉시 여건을 만들어주셔야 하고,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