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직 권고, 오늘 '퇴청'한 정무비서관들…'가처분 대응' 문책성 분석
전방위 개편 대통령실 강타 "잠이 안온다"…당면 현안대응보다 '적임자' 교체 우선
일각서 정기국회 앞두고 정무라인 '공백' 우려도…추석 전 추가 개편 폭 주목
"언제 짐쌀지" "수석도 예외아냐"…물갈이 칼바람, 뒤숭숭한 용산
대통령실 인적 개편 폭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정책·홍보기능 강화에 이어 일부 실무진만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듯했던 개편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단 정무라인이 크게 물갈이됐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진복 정무수석은 전날 밤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소속 비서관 3명 중 2명을 불시에 물러나게 한 것이다.

홍 비서관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해왔고, 경 비서관도 전날 오전 고위당정협의회까지 정상적으로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날 곧바로 짐을 싸 용산을 떠났다.

이번 개편은 이준석 전 대표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무력화 시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소송의 패소 가능성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미흡한 비상계획으로 당내 상황을 악화시킨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다.

실제 정무수석실은 비대위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만에 하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절차상 하자를 어렵지 않게 해소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초기 국정지지도가 이례적으로 급락한 만큼 정무기능 강화가 불가피했다는 해석도 있다.

더 나아가 조직 진단을 바탕으로, 대통령실을 처음부터 재설계하는 차원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정무라인뿐 아니라 홍보·정책파트도 추가 개편 대상으로 회자되면서 내부에서는 "분위기가 살벌하다", "뒤숭숭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특히 순식간에 사직 처리된 정무비서관들을 보면서 다른 비서관들 사이에서는 "고용이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는 농담 섞인 반응도 나온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개편 폭과 관련, "수석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한층 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를 앞둔 중요한 때라는 점은 전격적인 정무라인 인사 조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당면 현안 해결보다 대통령실에 적임자를 앉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개편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언제 짐쌀지" "수석도 예외아냐"…물갈이 칼바람, 뒤숭숭한 용산
당장 정무라인 재정비에도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두 비서관에 대한 인사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만큼 새로운 인사 추천과 검증에 최소 1∼2주는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빈자리를 최대한 빨리 채우기는 해야겠지만, 바로바로 채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라인으로 분류되는 참모들을 잘라내고 있다는 분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교체 대상이 된 비서관과 행정관 상당수가 특정 여권 인사 추천에 의해 대통령실에 진입한 경우라는 점을 염두에 둔 해석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 원로인 김무성 전 의원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내정했다가 보류한 것 역시 야권 지지자들의 부정적 여론과 동시에 '윤핵관'과의 친분을 고려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대대적인 인적 개편 과정에서 윤핵관 색채가 짙은 인사들이 일부 정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천 사유와 업무 결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이라며 "상당수 참모를 윤핵관이 추천한 만큼 개중 일부가 교체되더라도 의도와 상관 없이 윤핵관을 겨냥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