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참새 등이 수백 마리씩 떼로 몰려와 닥치는 대로 농작물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기도 힘든 농작물 조(粟)의 수확을 앞둔 요즘 강원 강릉시 외곽의 조밭에는 참새 수백 마리가 시도 때도 없이 떼를 지어 날아든다.
예전 농민들은 논이나 밭에서 새를 쫓을 때 막대기를 들고 '훠이훠이'를 외쳤지만, 이는 추억의 향수일 뿐이다.

인근을 산책하던 사람들도 깜짝 놀랄 정도다.
이런 장치는 주변의 포도밭, 과수원 등에서도 새를 쫓는 데 사용하는 요긴한 장치다.
그러나 참새들의 공격은 집요하다.
처음 몇 번은 놀라 달아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꼼짝도 안 한다.

바람에 휘날리며 참새를 잡아먹는 맹금류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렸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참새떼가 많이 몰리는 시간 농민은 해수욕장 등에서 피서객들이 기분을 낼 때 쓰는 폭죽을 '펑펑' 쏘며 쫓기도 한다.
'펑펑' 소리와 화약 냄새를 내며 폭죽이 발사되면 한동안 참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인근의 나무 등으로 잠시 피신했던 참새는 다시 떼로 몰려와 먹어 치우기를 반복한다.

멧비둘기도 수수밭의 단골손님이다.
농민들은 참다못해 조와 수수 등에 넓은 면적의 그물망을 씌우기도 한다.
그러나 참새들은 수확을 앞두고 농민들이 씌워 놓은 그물 안으로 아예 들어가 조를 쪼아 먹거나 그물망 밖에서 망 사이로 삐져나온 수수와 조를 쪼아 먹는다.
예전 강릉의 한 농촌 마을 수수밭에는 죽은 멧비둘기가 걸려 있었다.

농민이 수수를 보호하기 위해 수수에 망을 씌워 놓고 밭 전체를 촘촘한 그물망을 설치했으나 집요한 새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그물에 걸려 죽은 새까지 걸어 놓은 채 새와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참새의 유해성을 얘기할 때 꼭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많은 곡식알을 쪼아 먹는 참새를 소탕하라고 했고, 그의 지시에 따라 많은 수의 참새가 사라졌다.
참새가 없어졌으니 수확량이 늘어났을까?

참새는 곡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메뚜기와 해충도 먹기 때문이다.
수확철 새들의 농작물 습격은 농민과 새 모두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데다 참새를 유해조수로 지정해 구제하기도 어려워 해결이 쉽지 않다.
일방적으로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지는 문제도 아니다.
어려운 문제지만 자연과 '더불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와 연구가 필요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