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핵심 이슈 부상에 여론 반전…'트럼프 블랙홀' 효과도 중간선거 '정부심판론' 퇴색…'바이든 vs 트럼프 대결' 부각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을 앞두고 미국의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중간 선거 전망에 대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과 40년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등 겹치는 악재에 패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지만, 최근엔 중간선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낙태권 이슈가 부각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우호적 여론이 조성된 데다가 잇단 입법 성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하면서다.
그동안 중간선거는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현정부 심판론'의 성격이 강해 '집권당의 늪'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결심과 기밀문서 불법 유출 의혹 등으로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트럼프 대(對) 바이든' 전현직 대통령간 대결구도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및 바이든 행정부 핵심 관계자와 선거 전략가 등을 인용, 민주당 내부에서 상원 다수당 유지는 물론 하원 과반 의석 수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민주당은 100석인 상원에서 공화당과 정확히 동수로 의석을 양분하고 있고, 435석인 하원의 경우 221석을 차지해 간신히 과반을 점한 상황이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는 하원 의원 전체와 상원 의원 3분의 1 정도(35석)를 새로 선출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은 이번 중간 선거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는 일찌감치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란 지적이 팽배해 왔다.
게다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대혼란을 기점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해 부진을 면치 못했고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며 선거 비관론이 한층 힘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말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이 지난 50년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해온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뒤 낙태 문제가 중간 선거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며, 보수 진영에 예상을 넘는 타격이 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최근 뉴욕주 19선거구 보궐 선거에서 낙태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 팻 라이언 후보가 51.1%의 지지로 공화당 후보를 제친 것이나, 보수 텃밭인 캔자스주에서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하는 주 헌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 등이 자신감의 근거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가 중간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잇달아 통과돼 미국 노동절(9월5일)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선거 캠페인에서 내세울 주요 성과가 상당 부분 축적된 상황이다.
반면 공화당의 경우 플로리다 사저 압수수색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문제가 다른 이슈를 잡아먹는 형국이 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자신만만한 승리를 점쳤던 보수 진영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불안한 지형에 놓이게 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이와 관련해 "이전에는 하원에서 200석만 확보하면 '선방'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예측이 바뀌고 있다"며 "과반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고, 실제 가능하다고 본다"고 기류를 전했다.
반면 공화당의 경우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며 우위를 예상하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긴 하지만 한자릿수 정도의 미미한 승리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WP는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약한 후보들이 잇달아 당선되며, 공화당 내부적으로 하원에서는 현재와 같은 양분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형성된 상황"이라며 "뉴욕 보궐선거 이후 하원 선거 전망을 놓고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