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구도자' 김인경 "내년은 희망…올해는 리허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6년째 뛰면서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비롯해 7승을 거둔 김인경(34)의 별명은 '필드의 구도자'다.

골프 코스에 나가면 마치 득도나 해탈을 바라는 경지의 경기 몰입도를 보인다.

'성적'과 '순위'보다는 '내가 납득하는 경기' 또는 '내가 만족하는 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춘다.

경기를 쉴 때면 깊이 있는 책을 읽으면 어떤 화두에 매달려 명상을 하거나 풍광이 멋진 곳을 찾아가 마음을 달래곤 했다.

김인경은 최근 2년 동안 팬들의 시야를 벗어나 지냈다.

재작년과 작년엔 거의 개점 휴업이었기 때문이다.

2년 동안 12차례 대회만 출전했고 일곱번만 4라운드까지 완주했다.

우승 경쟁은커녕 10위 이내 입상도 없었다.

한국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2라운드가 열린 26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만난 김인경은 "부상과 코로나 때문에 지난 2년은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예전부터 허리가 곧잘 아팠던 김인경은 재작년과 작년에는 고관절 부상까지 겹쳐 치료와 재활, 그리고 스윙을 다잡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덩달아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김인경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도약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내 스윙이 나쁘지 않은데 왜 바꿔야 하냐는 생각이 강했다"는 김인경은 "이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안 치던 드로우 구질도 시도하고 전에 하지 않던 (라인을) 태우는 퍼팅도 해보고 있다"면서 "20대 때 골프와 30대 때 골프는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열린 마음 덕분인지 김인경의 성적은 작년과 같은 듯하면서도 달라졌다.

올해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한 대회 4개 가운데 3개는 메이저대회였다.

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에 성공했다.

또 작년에는 3개 대회만 나갈 수 있었던 메이저대회를 올해는 다섯 번 모두 출전했다.

'필드의 구도자' 김인경 "내년은 희망…올해는 리허설"
김인경은 "사실 올해는 리허설로 여기고 있다.

올해 희망을 봤으니 내년에는 다시 뛰어오를 자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난코스에서 치른 한화 클래식 1라운드도 3오버파 75타를 쳐 공동 30위로 마쳤다.

김인경은 "그동안 힘든 시기는 겪을 만큼 겪었다"면서 "올해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이 대회도 무난하게 치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회를 끝내면 올해 남은 대회는 보너스로 여기겠다"는 김인경은 "골프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팬들이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