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정비·분위기 반전 기대감에 '찬물'…충격파 속 곧바로 이의신청
"특정 연구모임 출신 판사, 우려가 현실로…의도 의심" 가처분 결정 강력 반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26일 사실상 받아들이면서 당이 발칵 뒤집혔다.

당초 가처분 결정이 이번주를 넘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것도 여권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및 정부 관계자, 소속 의원들이 당정 원팀을 외친 바로 다음날 법원발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충격파는 더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재판부 결과에 대해 사실상 불복 입장을 밝히며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일부에서는 재판부의 성향을 문제 삼기도 했다.

당정 원팀 외친 다음날 '날벼락'…"정치적 결정·재판부 편향성"(종합)
국민의힘은 25일부터 이틀간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통합·민생·미래'라는 주제로 연찬회를 열고 '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당내 혼란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단일대오로 전열을 정비해 9월 정기국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당 소속 의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당정이 하나임을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이후 주호영 비대위 출범에 이르기까지 내홍에 휩싸였던 당을 재정비하면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날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마침 연찬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당 소속 의원들이 서울행 버스에 오른 11시50분쯤 전해졌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 정지를 결정,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이번 결정으로 의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연찬회를 통해 단일대오를 정비, 코앞으로 다가온 9월 정기국회 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아보려던 구상도 자칫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면서다.

마침 주 위원장을 비롯한 대구 지역 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 행사에 참석 중이었으며, 행사 도중 법원 결정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통화에서 "주 위원장이 회의 도중 관련 내용을 메모로 전달받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가처분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당 지도부와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오후 2시7분께 "정당 의사결정에 대한 과대한 침해"라며 사실상 불복으로 해석되는 원내 대변인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곧이어 주 비대위원장은 오후 2시 30분께 입장문을 통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곧바로 제기했다.

당정 원팀 외친 다음날 '날벼락'…"정치적 결정·재판부 편향성"(종합)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이날 주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이라면서 "편향성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믿지 않았지만 그 우려가 현실화 된 것 같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요즘 법원은 정치적 판단도 하네요.

대단 합니다"라고 썼다.

이인제 전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재판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념써클인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한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결정은 정치상식을 배반하고 당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아주 잘못된 재판"이라며 "당은 즉시 항고해 잘못을 바로잡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보면 법원이 정당의 정치에 관여하는 결과가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부지법에서 이번주에는 가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공지가 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오랜만에 만든 의원 연찬회 시간을 택해 기습적으로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사들이 이의신청을 했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면서 "당 상황이 비상상황이기 떄문에 내일 오후 4시에 의원총회를 소집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를 하고 대응책도 종합적으로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며 "잘못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 법원에 대해 엄중 항의하는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정하 비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주 비대위원장과 법률 대리인들과 회의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지만 비대위원의 지위나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이라면서 "현재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어떤 방법이 있나를 내일 의총에서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DJ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