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제철이 친환경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다.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커피 찌꺼기’로 불린다. 현대제철과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는 지난달 인천시에서 수거한 커피박을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 축사 악취저감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커피박은 좁고 밀집된 농촌환경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축사 악취 민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생물로 처리한 커피박을 축사에 적용하면 기존 축사 악취를 최고 95%까지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실증연구에 다량의 커피박이 필요했던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현대제철이 인천시와 진행 중인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를 통해 수거된 커피박을 공급받음으로써 후속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연간 15만t의 커피 원두가 수입돼 그 중 0.2%만이 커피를 추출하는데 사용된다.나머지 99.8%가 생활폐기물로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커피박의 다양한 활용도가 확인되면서 지난 3월 환경부로부터 순환자원으로 인정받는 등 커피박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우분(牛糞·소의 배설물)으로 고로(高爐) 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 적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식품부·농협중앙회와의 협업을 통해 올 연말에는 우분 고체연료를 고로 연료로 투입할 계획이다. 1t의 우분 고체연료를 활용하면 4t의 축산 폐기물이 재활용되면서 1.5t의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환경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원료 대체 등의 부수적 경제 효과도 발생할 전망이다. 우분은 국내에서 매년 2200만t 정도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이 퇴비로 활용되며 연간 20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우분을 제철소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우분의 수거·고체연료 제조에 대한 문제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상용화가 지연됐지만 9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현대제철은 반도체 폐기물을 제철 과정으로 부원료로 사용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제철소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황·인)을 더욱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플루오린화칼슘·CaF2 50~60%)이 형석과 비슷한 성분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연구 결과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및 제철세라믹(재활용업체) 등 3사는 2020년 8월 폐수슬러지 재활용관련 기술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지난 4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t의 형석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형석은 남미와 중국 등 해외 수입에 전량 의존하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2만t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한다. 현대제철은 이번에 1만여t을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하고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술개발로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멘트공장으로 보내지던 폐수슬러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의 형석 구매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친환경 사회공헌사업을 발굴해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