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극단적 선택 이어져…경제적 고민·우울감 호소
보호 기간 연장과 금전 지원에도…"보육원 밖 세상서 살아갈 방법 알려줘야"
내몰린 '열여덟 어른'…보호시설아동 사회 적응 도울 방안 절실(종합)
최근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10대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광주 광산구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 바닥에서 A(18)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올해 초 대학에 합격한 이후 보육원을 나왔으며 보육원을 통해 받은 후원금과 개인 저축액 약 700만원 중 상당 금액을 써버리고 돈 문제로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보호연장을 신청해 학교 기숙사와 보육원을 오가며 생활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A군이 독립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육원 생활을 하다 퇴소한 B(19)양도 지난 24일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양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사는 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겼고 평소 주변에 우울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몰린 '열여덟 어른'…보호시설아동 사회 적응 도울 방안 절실(종합)
◇ 만 18세→24세 시설 거주 연령 늘렸지만, 홀로서기 어려움 여전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 아동 절반 이상이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

시설에서 머무르거나 보호가 끝난 아동 3천836명을 조사한 결과 40.1%가 생계급여로, 22.3%가 자립 수당으로 생활했다.

특히 보호종료 아동 4명 중 1명(24.3%)은 생활비, 주거비 등으로 부채가 있었는데 평균 605만원 수준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도 50.0%에 달해, 일반 청년(2018년 기준 16.3%)의 3배였다.

이에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경제·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이들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 7월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만 18세까지였던 보호기간을 본인이 원할 경우 만 24세까지 연장해 시설에 머무르거나 보호아동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호종료 후 3년간 지급됐던 월 30만원의 자립수당도 5년 동안 지원하겠다는 등 경제적 지원안도 마련했다.

500만원 이상으로 권고됐던 초기 정착 지원을 위한 지자체의 자립정착금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보호가 끝난 아동이 자신의 여건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자립지원 전담 기관을 확대하고 인력도 확충하기로 약속했다.

지원안은 지난해 12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법률적으로 보장됐다.

내몰린 '열여덟 어른'…보호시설아동 사회 적응 도울 방안 절실(종합)
◇ 허허벌판으로 던져지는 아이들…사회 적응 훈련이 먼저
일각에서는 보호시설 거주 기한이나 지원금보다 보호 종료 아동의 사회 적응 훈련을 정책적으로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보호시설에서 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목돈을 쥐고 사회에 나온다"며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게 많은데다 혼자 돈을 제대로 관리해본 적도 없으니 금방 경제적으로 바닥이 나고 극심한 우울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가정에서 자라면서 배우는 것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자립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허허벌판으로 내동댕이쳐진다"며 "스스로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보육원 밖 세상에서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 남구의 경우 2020년 12월 보육종료아동의 추락사를 계기로 지자체와 경찰서·교육지원청 등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관내 보호시설 거주 아동들을 지원하고 있다.

자립을 위한 금융교육, 성교육, 지역 CED 초청 특강을 진행하고 협력기관 직원과 학생 간 1대1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생들의 정서·진로 지원이 주목적이다.

광주 한 보육원 관계자는 "대부분 보육원에서 여러 아이를 돌보니 숙식 해결만으로 벅찬 게 현실"이라며 "세세한 부분은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25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시설에서부터 보호아동과 지역이 함께하는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공공기관과 아동보호시설 간 동행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심리치료, 건강, 체육 등 아동 성장과 심리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보건복지부에 "경제적 지원과 심리적 지원을 꼼꼼하고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는 더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