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보호 장치" vs "아동유기 조장"

제주도의회가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영아들을 임시 보호하는 시설인 베이비박스(Baby Box) 설치 조례를 추진한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베이비박스 설치 조례 추진에 찬반 논란
24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베이비박스 설치 및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출산한 아이를 익명으로 맡기는 베이비박스의 설치와 운영 지원을 통해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동의 안전과 인권 증진을 도모하고, 이와 관련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베이비박스는) 부모의 불가피한 사정이나 위기 임신, 아기의 장애, 출생 신고 사각지대 등의 이유로 유기 위험에 노출된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생명보호장치"라며 "영아 유기 사각지대에 놓인 제주에 한국형 베이비박스인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 설치 조례를 시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이비박스가 없는 제주에서 아기를 데리고 서울까지 방문한 제주지역 미혼모가 지난 2009년 이후 18명이며, 이들 미혼모는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배를 타고 16시간에 걸쳐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제주 베이비박스 설치 조례 추진에 찬반 논란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베이비박스 설치 조례 추진을 반대하며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1인 시위를 벌인 A씨는 "굳이 베이비박스를 제주에 만들 필요가 없다"며 '베이비박스 만들 생각 하지 마라. 안전한 양육환경 조성에 신경 써라!'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베이비박스가 아동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50대 B씨는 "베이비박스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주에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특성상 아기를 유기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도 이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부모들이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2009년 12월 관악구 신림동에 가로 70㎝·세로 45㎝·높이 60㎝ 크기의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다.

현재 서울 관악구 주사랑 공동체 교회와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 등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아동복지법 등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아동에게 다른 가정 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게 돼 있다.

보호아동을 위해 '시설'보다는 '가정' 제공이 기본원칙이고, 특히 애착 형성 시기의 2세 미만 아동은 가정위탁 등으로 우선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를 알 수 없는 유기 아동은 일단 시설보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고, 이후 입양이나 가정위탁 등 가정보호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