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비명계, '李 힘빼기' 막판 스크럼…朴 "개딸들 정당될까 무섭다"
李, 득표율 관리 '주력'…'李 힘싣기' 친명주자들 "중진협의체 반대"
최고위도 친명계 독식?…비명계 '李 친정체제' 저지 안간힘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가 이제 결승점(경기·서울 경선)만을 남겨두면서 당권경쟁 양상도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 5개 최고위원직도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쓸어 담는 분위기로 흐르자 비이재명계에선 '이재명 힘 빼기'에 막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승부 자체를 뒤집기는 힘들다는 판단하에 적어도 '이재명 친정체제' 구축은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장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당헌 80조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권리당원 전원 투표' 문제를 이슈화하며 견제전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둔 '전당원 투표 조항'을 언급하며 "산술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된다"며 "민주당이 개딸(이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 정당이 될까 봐 무섭다"고 했다.

박 후보는 지난 주말 최대 승부처였던 호남 1·2차 경선에서도 잇달아 대패하며 추격세를 살리지 못했다.

그는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지만 지금은 6회말, 7회초에 불과하다"며 이 후보의 득표율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직에서 사퇴한 친문(친문재인) 윤영찬 의원과 함께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도 한다.

토론회 주제는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로, 사실상 이 후보를 겨냥한 행사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과 이원욱(3선)·김종민(재선) 의원 등 비이재명계 주요 인사들도 자리할 예정이다.

한 친문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토론회는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균형과 견제를 위한 것"이라며 "적어도 전당대회 날(28일) 대의원 표심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도 친명계 독식?…비명계 '李 친정체제' 저지 안간힘
아울러 비이재명계는 친명계의 최고위 독식을 막기 위한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친문 윤영찬 의원이 전날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송갑석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 사실상 단일화한 것은 비이재명계 후보 1명이라도 최고위에 진출시키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6위인 송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9.09%로, 친명 주자인 박찬대 후보(9.47%)와 박빙 양상이다.

현재 당선권(1∼5위) 주자들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2위)도 포함돼 있지만 당내에선 고 의원을 비이재명계로 분류하지 않는 시각이 많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의원 표까지 다 합산한다면, 윤영찬 의원의 사퇴가 전대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단일화 효과'에 힘을 실었다.

계파색이 옅은 수도권 중진 의원도 "이재명 지지층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위원 표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송 후보는 호남 대표성에 비이재명계 상징성도 있어서 '윤영찬 표'를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도 친명계 독식?…비명계 '李 친정체제' 저지 안간힘
반면 이 후보는 전대 분수령이었던 호남 경선에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은 만큼 여세를 몰아 역대 최고 득표율을 찍고 '강한 리더십'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측에서는 비이재명계 후보들의 우세가 점쳐지는 대의원 투표(투표 반영 비율 30%)에서 득표율이 다소 조정되더라도, 민주당 전대 최고 득표율인 70%대는 가뿐히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후보는 현재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은 물론 1차 여론조사까지도 80%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수도권 경선(27일, 경기·서울)과 대의원 투표 및 2차 여론조사(28일)다.

'관리 모드'에 돌입한 이 후보로선 앞서 '당헌 개정'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전당원 투표' 논쟁에도 굳이 발을 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는 투표율이 낮다면서 이재명 리더십의 힘을 일찌감치 빼놓으려고 하는데 기존 전대와 비교해 투표율이 그렇게 낮은 수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밝힌 '여야 중진협의체 구상'을 두고 친명계 최고위 주자들은 물론 강성 지지층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재명 힘 싣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구상이 여야 지도부 위에 위치한 '옥상옥'으로 기능하면서 '이재명 리더십'의 공간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협의체 구상은 여야가 검수완박와 같은 곤경에 빠졌을 때 국회 차원의 돌파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리더십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