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과 맞서 살아남은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업무의 중심을 ‘비욘드 코리아’를 위한 글로벌 확장으로 옮기겠다.”(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그간 네이버와 카카오엔 ‘내수 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놔도 ‘골목상권 침해’ 같은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 두 회사 경영진이 돌파구로 삼은 건 포털 서비스, 콘텐츠를 앞세운 해외 시장 진출이었다. 외화를 벌어오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도 해외 시장 공략은 필수였다.
내수 꼬리표 떼는 네·카…이해진·김범수 '빅픽처' 현실로

◆라인 합치면 해외 매출 ‘30%’ 넘어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외부 고객으로부터의 수익 항목 중에서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은 7.57%, 금액은 2946억원이다. 매출 1415억원, 비중 3.89%였던 지난해 하반기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수치엔 일본 Z홀딩스와의 통합으로 네이버에서 분리된 ‘라인’ 매출이 빠져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을 더하면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0% 이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해외 매출도 증가세다. 카카오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761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1.6%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비중은 10.3%로 집계됐다. 올 들어 매출 인식 기준을 ‘매출 발생 지역’으로 바꿨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반기 기준 20%의 벽을 넘어섰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창업자가 ‘글로벌화’ 직접 주문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용’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18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이해진 창업자는 타이틀을 ‘글로벌투자총괄’로 바꾸고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지금도 1년 중 3분의 1 이상을 일본과 유럽에 체류할 정도로 해외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김범수 창업자는 직원들에게도 ‘글로벌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여러분이 카카오에서 시도한 실험과 성공의 결과가 곧 글로벌 서비스로 이식되고, 글로벌에서 거둔 성공의 결과도 카카오에 연결되는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고 적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블록체인을 해외 확장의 무기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버 웹툰의 2분기 해외 활성 사용자 수(MAU)는 6520만 명으로 급증했다. 해외 유료 사용자도 317만7000명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캐나다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일본 이북재팬을 인수하며 추가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카카오 역시 2분기 콘텐츠 거래액의 80%가 해외에서 나왔다. 일본 웹툰 앱 1위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월간 이용자 수 950만 명, 월간 거래액은 사상 최대인 80억엔(약 780억원)을 기록했다.

◆활성 사용자 수 증가세 주목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외 확장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취임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해외 매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고 비슷한 시기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3년 이내에 매출 비중 30%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해외 사업에 대한 투자 영향으로 인건비와 마케팅비가 늘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네이버 웹툰은 2분기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선 ‘손실’을 기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MAU 수 증가’ 같은 성장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사업이 뿌리를 내리면 중장기적으론 수익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