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등으로 집단 민원 발생 지역…농장 "폐업 수순 밟겠다"
양구 ASF 농가 돼지 살처분 시작…한때 농장 문 막혀 작업 지연(종합)
강원 양구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 농가와 지자체의 마찰 끝에 반나절 만에 살처분 작업이 시작됐다.

양구군은 19일 ASF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이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5천60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려고 준비했으나 이날 오전부터 농장 측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작업 차량이 들어가지 못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농장주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면 돼지를 다시 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양구군이 재입식에 대한 확답을 준다면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평소 악취 등 문제로 집단 민원을 야기해왔다.

군은 이곳이 20동 규모로 돼지 6천여 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하루에 발생하는 분뇨는 30t, 연 단위로는 1만여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ASF 장기화에 따라 돼지 분뇨를 농장 외부로 방출하지 못하면서 자체 처리 능력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고, 악취가 양구읍 시가지까지 번져 많은 주민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구 ASF 농가 돼지 살처분 시작…한때 농장 문 막혀 작업 지연(종합)
서흥원 군수는 지난 6월 당선인 신분으로 농장을 찾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니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이 아니라 학대하는 쓰레기장이 돼버렸다"며 "사육환경은 매우 열악했고, 낡은 돈사에서 돼지들이 분뇨와 함께 뒹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해당 농장이 계속 문을 닫을 경우 행정대집행으로 살처분을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설득 끝에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차량 통행을 재개하고 살처분 작업을 시작했다.

농장 관계자는 "살처분을 마치는 대로 농장 폐업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먼저 분뇨를 모두 처리한 뒤 낡은 돈사부터 하나씩 허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보상을 바라고 버텨온 것이 아니다"며 "외부 업체를 통해 분뇨를 처리해왔는데 ASF 사태로 반출이 제한됐고 이를 자체 해결하고자 3천t 규모의 탱크와 처리 시설 등을 마련했지만, 양구군의 규제가 심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8일 이 농장에서 ASF가 확인됐다고 밝히고 살처분과 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 조치에 나섰다.

또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20일 오후 10시 30분까지 48시간 동안 강원도의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에 대해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