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후발주자' 레드불이 유럽 장악한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니었다
최근 영국에서는 오디오북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출간된 지 제법 오랜 책들 가운데 오디오북으로 다시 소개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 2019년 5월 종이책으로 처음 출간된 <연금술(Alchemy)>도 최근 오디오북으로 나와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오길비(Ogilvy) 부회장이면서 수백만 명이 시청한 테드 강연으로 유명한 로리 서덜랜드는 책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11가지 연금술의 법칙’을 소개한다. 각종 통계 자료와 논리적 사고방식, 과학적인 시스템 등이 오히려 인간의 창의적 생각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이성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자유롭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더 무뎌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상은 이성과 논리로만 풀 수 없는 문제로 가득하다. 맛이 썩 훌륭하지 않은 레드불이 유럽 음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줄무늬 치약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가전기기를 만드는 다이슨이 혁신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심리학과 행동과학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이성과 논리를 포기하고, 합리적 판단을 버리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후발주자' 레드불이 유럽 장악한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마케팅과 홍보 분야에 종사하며 심리학과 행동과학에 창의적인 생각을 결합할 때 얼마나 놀라운 혁신이 탄생할 수 있는지 경험한 저자는 그 과정을 연금술에 비유한다.

‘좋은 아이디어의 반대는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첫 번째 연금술의 법칙이다. 논리적 생각은 하나의 해답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전통적인 논리적 생각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인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단 하나의 해답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 역시 없다.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답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봐야 하며, 때로는 모든 것을 거꾸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전기청소기는 모든 가정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었다. 전기청소기 수요는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사용하던 전기청소기가 고장 나야만 새로운 전기청소기를 구입한다는 것이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청소에 필요한 실용적 물건인 전기청소기에서 혁신은 탄생할 수 없었다. 다이슨은 다르게 생각했다. 따분해 보이는 가전 시장에 디자인이라는 흥미 요소를 추가했고,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가장 혁신적인 전기청소기를 만들어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후발주자' 레드불이 유럽 장악한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논리적 문제 해결의 도구는 우리에게 단 하나의 정답만을 제시해줄 뿐이다. 책은 논리만 있는 곳에 연금술의 마술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은 증거에 기반해 논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므로 개인과 조직 모두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덜 논리적으로 생각함으로써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명해지고 싶다면 비이성적이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