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특허로 GE 등과 소송전…노벨상 배제에 항의도
'MRI의 아버지' 레이먼드 다마디언 별세
상업용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처음으로 개발한 레이먼드 다마디언이 최근 별세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6세.
다마디언이 설립한 상업용 MRI 기업 '포나'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다마디언이 지난 3일 뉴욕주 우드버리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밝혔다.

1936년 미 뉴욕 맨해튼에서 터키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줄리어드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중 전향해 수학과 생물학, 의학 분야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69년 MRI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으며 1971년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의 라디오 고주파 송수신 시간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세계 최초로 MRI로 특허를 획득했다.

MRI는 이제 의료현장에서 필수 장비가 됐다.

환자들을 방사선에 노출시키지 않고도 X선이나 CT보다 더 자세하고 해상도 높은 이미지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MRI 기술 뒤에는 다마디언 뿐만 아니라 여러 '아버지'들이 있었다.

미 뉴욕주립대 폴 라우터버 교수와 영국 노팅엄대 피터 맨스필드 교수 역시 MRI 기술과 관련해 큰 공을 세웠다.

라우터버 교수는 신체 조직 신호의 이미지 변환법을, 맨스필드 교수는 수학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개발했다.

다마디언은 이러한 기술을 통합해 1980년 최초로 상업용 MRI를 개발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다만 포나 설립 후 GE, 존슨앤드존슨, 지멘스, 히타치, 필립스 등의 대기업이 MRI 업계에 뛰어들었다.

다마디언은 이들 기업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1986년과 1995년에야 승리를 거뒀다.

'MRI의 아버지' 레이먼드 다마디언 별세
그러나 고인이 가장 원했던 노벨상 영예는 안지 못했다.

라우터버 교수와 맨스필드 교수가 자기공명 영상 과학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자, 다마디언은 격분했다.

그는 미 의학협회에 편지를 보내 "일부 비양심적인 과학 도둑이 내 인생 전체를 훔치려 한다"고 주장했고, 수십만 달러를 들여 주요 신문에 "바로잡아야 할 수치스러운 잘못"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노벨위원회가 부당하게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허락지 않았다며 자신을 수상자로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04년 NYT와의 인터뷰에서 더는 노벨상 논란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그는 혁신을 계속했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환자를 위한 개방형 MRI와 이동식·스탠드업 MRI를 만들었다.

최근 몇 년간은 뇌척수액 영상 촬영 등의 연구에 집중해왔다.

1988년 미 과학기술훈장을 수훈했으며, 1989년 미 국립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