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 성남 판교역 앞 광장에서 '매각철회 및 성실교섭 촉구 농성 투쟁선포식'을 열고 카카오 사측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방침 철회 등을 재차 요구했다.대리운전노조는 17일 카카오·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이날부터 무기한 농성을 시작할 예정이다.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카카오가 매각을 철회할 때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제대로 된 책임을 바탕으로 단체교섭에 응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승욱 크루 유니언 지회장은 "플랫폼이 악이 아니듯이 플랫폼이 악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이라고 규정했다.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 분할됐으며 현재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를 주력 서비스로 삼고 있다. 최근 투자 유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약 8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중 일부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1대 주주에서 2대 주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57.55%를 갖고 있다.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카카오 노조인 '크루 유니언',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이 매각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비즈니스 포커스]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심야 시간 도심에서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택시 대란은 여름 들어 전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의 인파가 줄어든 사이 수입이 맞지 않자 택시 운전사들이 운전을 그만두면서 택시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한때 택시를 비롯한 모빌리티 시장은 가장 많은 혁신 시도가 이뤄진 곳이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요금 자동 결제와 함께 바로 택시가 코앞에 도착하는 스마트 호출은 택시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또 그간 아쉬웠던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는 다양한 모델들이 스타트업들을 통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 중 상당수는 업계의 반발과 규제로 결국 시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 영향이 택시 부족과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장 대신 매각설 휩싸인 카카오모빌리티 치열했던 스마트 호출 시장의 승자는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다. 모바일 메신저를 등에 업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한국의 콜택시 시장을 점령했다. 현재 한국 콜택시 시장점유율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약 23만 명의 택시 운전사가 카카오모빌리티에 가입해 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피크 시간에 최대 5000원의 수수료를 더 내고 택시를 잡는 ‘스마트 호출’을 도입하려다가 택시 요금을 올리려고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겪으며 계열사 축소를 시사한 바 있다. 축소 방침에 포함된 계열사 중 한 곳이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는 지난 7월 초 지분 10%의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협상 상대가 한국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졌다.매각에 대한 반대 의견이 커지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7월 25일 카카오 측에 매각 추진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일단 한 발 물러난 상태다. 8월 4일 콘퍼런스에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CIO)은 “일부 지분 매각은 혁신과 성장을 위한 방안 중 하나의 선택지였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성장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의지를 밝혔고 카카오도 이를 존중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매각은 완전히 ‘꺼진 불씨’는 아니다. 모빌리티는 그간 카카오에 꽤 부담이 가는 사업이었다. 카풀 서비스와 스마트 호출 등은 기존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좌절됐다. 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콜 몰아주기’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소다. 지난해 10월 국정 감사에서 카카오가 ‘계열사 정리’를 약속한 만큼 결과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추진 중이던 일부 지분 매각은 노조의 반대로 잠정 중단됐지만 기존 계획이 완전히 철회되지 않은 만큼 향후 매각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 매각과 모빌리티 사업을 둘러싼 규제 리스크 축소를 위한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지만 매각 방식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카카오 독주 아래 추격 나선 타다·우티스마트 호출이 카카오모빌리티 위주로 재편된 후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은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019년 모빌리티 스타트업 브이씨앤씨의 ‘타다’는 승합차를 기반으로 승차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 베이직’으로 론칭 9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100만 명을 기록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존 업계의 반발에 부딪쳤고 결국 타다 베이직은 2020년 4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으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이후 지난해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가 타다 운영사 브이씨앤씨의 지분 60%를 인수했고 신규 서비스인 ‘타다 넥스트’를 올해 4월부터 공식적으로 출시됐다. 타다 넥스트는 5년 무사고 경력을 보유한 전문 드라이버의 안정적 주행과 최대 5인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 차량을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다. 브이씨앤씨는 타다 넥스트의 시장 안착을 위해 서울시 내 타다 넥스트 공급량을 연내에 1500대, 2023년에는 3000대까지 증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티는 글로벌 차량 공유 기업 우버와 SK텔레콤의 티맵모빌리티가 합작한 차량 호출 플랫폼이다. 글로벌 승차 공유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우버지만 유독 한국 시장 진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3년 한국에서 선보였던 자가용 승차 공유 ‘우버X’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을 접었고 음식 배달, 카풀 서비스도 영 지지부진했다. 좀 처럼 자리 잡지 못했던 우버는 2021년 11월 SK텔레콤의 계열사인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우티’를 앞세워 한국 시장 재도전에 나섰다. 아이엠(I.M)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다크호스’로 불린다. 지난 1월 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시리즈A)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2300억원으로 인정 받았다. 이후 3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택시 면허를 보유한 대한상운을 인수하면서 면허 택시 1200대를 보유하게 됐다. 직영 택시 규모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900여 대를 뛰어넘어 업계 1위다. 여전한 규제 속에서 각광 받는 모델은 ‘대형 택시’다. 택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4월 중반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모자란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대형 택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형 면허 기반의 택시는 탄력요금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운전사들은 물론 일반 택시를 잡기 힘든 승객들까지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타다 넥스트’는 대형 택시는 아니지만 고급 면허를 가진 운전자가 7~9인승 승합차를 운행해 편안하고 안전한 탑승을 내세웠다. 시장에서는 ‘타다 넥스트’를 대형 택시와 비슷한 경우로 분류하고 있다. 제도와 기존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새로운 서비스는 좌절됐고 그 사이 택시업계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시 탄력운임제와 스마트 호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7월 8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스마트 호출 적용, 야간 탄력운임제 도입, 개인 택시 부제 해제, 승차 공유 서비스 확대 등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모빌리티 시장의 규제를 다소 느슨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하반기 들어서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갑자기 전통적인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못하면서 시장 전체 투자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兆) 단위 IPO 대표 기업도 연이어 고전을 면하지 못하면서 분위기를 바꿀 계기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IPO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LG엔솔 빼면 IPO 공모액 80% 급감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올해 국내 IPO 공모액은 14조22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IPO 공모액은 6조6374억원이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공모액 12조7500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공모액은 1조4751억원에 불과하다.IPO 기업 수도 줄었다. 지난해 7월말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49곳(스팩 상장 제외)이었다. 올해는 40곳으로 감소했다.앞서 업계에서는 올해 IPO 공모액이 3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SG닷컴, 컬리 등 조 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기업 10여곳 이상이 증시 입성을 대기하고 있었다.하지만 올해 국내외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IPO 시장 역시 차갑게 식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등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이에 공모에 나선 대형 IPO 기업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이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이 중 보로노이와 대명에너지는 몸값을 40% 이상 낮춰 재도전해 간신히 증시에 입성했다.침체된 IPO 시장 분위기를 바꿀 ‘게임 체인저’ 후보로 꼽히던 기업들도 줄줄이 발길을 돌렸다. 현대오일뱅크는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까지 통과하고도 시장 상황을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앞두고 CJ올리브영 역시 상장 작업을 중단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SSG닷컴과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등도 내년 이후로 상장 시기를 미뤘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기보다는 실적 개선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전략을 급선회한 모습이다. ○소부장 등 내실 있는 기업 차별화시장에서는 IPO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이른바 ‘빅딜’이라면 공모 물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수요예측 첫날부터 대규모 주문을 넣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 들어선 마지막까지도 눈치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조단위 대어급 IPO가 흥행에 실패하면 자연스럽게 중소형 IPO 역시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나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선전하며 분위기 반전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성장성이 확인된 업종인 데다 매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5월 상장한 가온칩스를 시작으로 넥스트칩 레이저쎌 에이치에스피 등 반도체 관련 IPO 기업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모두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그 뒤를 이어 2차전지 관련 기업인 성일하이텍와 새빗켐 에이치와이티씨 등도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특히 성일하이텍은 국내 증시 역대 최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2269대 1)을 기록했다. 9일~1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대성하이텍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1935대 1을 확보하며 IPO 흥행 열기를 이어갔다. 대성하이텍은 2차전지 배터리 장비에 사용되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더블유씨피(WCP)가 침체된 하반기 IPO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블유씨피는 9월 중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희망 공모가 기준 최대 3조4010억원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뚜렷하고 실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으로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