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날'은 미뤄져…시간 번 양측, 여론전 펴며 갈등 지속 전망
尹대통령 "민생 매진에 정치적 발언 못 챙겨" vs 李 "당원 민주주의 고민에 회견 못 챙겨"
주호영 비대위, 내일 첫 회의 열고 공식활동 시작…법원 결정 따라 중대 갈림길
尹 취임 100일, 가처분 심리로 루비콘강 건넌 비대위-이준석
비대위 체제 전환의 무효화를 주장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열린 17일 당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재판부가 이날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운명의 날'은 다소 늦춰지게 됐지만, 당 지도부 및 친윤 그룹, 이 전 대표 측은 법정과 장외에서 충돌 양상을 빚으며 이후 시나리오에 대한 분주한 셈법 가동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날은 마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100일 잔치' 대신 법원의 가처분 심리를 놓고 여권의 내홍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집권 여당 지도부의 존폐가 달린 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그야말로 긴장감 속에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가처분 심리 상황을 주시했다.

심문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측은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절차·내용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측은 전환 과정에 흠결이 없으며 설령 있더라도 이미 치유됐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심리에 직접 참석한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한 맹폭도 이어갔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재신임받고, 이철규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내정된 데 대해 "대통령께서 인사 문제 때문에 집권 초기 어려움을 겪는 게 명확해 보이는데, 소위 '윤핵관'이란 분들에게 다소간의 책임이 있다"며 "이번 당내 사태에서 돌격대장을 하셨던 분들이 영전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게 시기적·상황적으로 옳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들이 정말 호가호위하는 게 아니라 매번 입에 다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려 한다면, 그 자리가 원내대표든 예결위 간사든 아무리 달콤해 보이는 직위라도 그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더는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윤핵관에 대한 공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준석 대표가 거기 왔었나"며 "뭔 뭔 이렇게…"라며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를 묻자 "당원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느라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을 다 챙겨보지 못하는 다소 불경스러운 상황임을 양해해 달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이 전 대표 관련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즉답을 피한데 대해 '반사 화법'으로 응수한 셈이다.

재판부가 "신중히 판단해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일단 '시간벌기'에 들어가게 된 양측은 남은 기간 여론전을 이어가며 가처분 결정 이후를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소송대리인 홍성칠 변호사는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3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빨리 결정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주호영 비대위는 일단 18일 오전 예정대로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발표가 늦춰진 게 우리한테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尹 취임 100일, 가처분 심리로 루비콘강 건넌 비대위-이준석
만약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비대위 출범이 무효가 되고 주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는 등 당이 대혼돈 상태에 빠지게 된다.

비대위 출범에 따라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된 이 전 대표도 다시 복권된다.

다만,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에 따른 이 대표의 직무 정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즉, 비대위 출범 전인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일단 회귀하는 셈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다시 비대위 출범 절차를 밟을 것인지, 아니면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갈 것인지는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판단해야 할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걸림돌이 사라진 '주호영 비대위'는 예정대로 닻을 올리고 이 전 대표의 해임은 확정된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며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이후 복귀를 모색할 전망이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당 구성원들과 격렬히 마찰하면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도 많다.

나경원 전 의원은 MBN '프레스룸'에 나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너무 많이 했다"며 "루비콘강을 건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고 그러면 조금 쉬면 복귀할 것을 이제는 많이 쉬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에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신당 창당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