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서울대병원 병실에 수감됐을 당시 몰래 못으로 눌러쓴 편지가 추가로 공개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김 전 대통령이 1978년 7월 22일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쓴 서신을 공개했다.
기존에 공개했던 옥중서신 19편 외에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당시 이 여사가 병실 면회를 통해 메모지를 몰래 전달하면 김 전 대통령이 못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글씨를 남겨 서신을 썼다고 도서관은 설명했다.
서신에는 "가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것이오", "그 성격과 범위는 첫째 우리 민주 세력의 역량과 국민의 호응, 둘째 국내의 경제 및 사회의 동향, 셋째 박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태도, 넷째 우방 특히 미국의 태도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오" 등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정세를 판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현재의 나를 돕는 최대의 길도 당신 건강이니 내 걱정을 생각해서라도 소홀히 생각 말도록 거듭 당부하오"라며 부인의 건강을 챙기는 내용도 담겼다.
도서관은 "탄압이 심해질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자유의지 역시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김 전 대통령이 유신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