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물가 상승 및 경기침체 우려에도 ‘서머랠리(여름 강세장)’를 이어가며 2500선을 넘겼다.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와 더불어 2분기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면서 반등세가 펼쳐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승세를 주도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태조이방원’ 주다. 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을 묶어 이르는 말이다. 이들 종목이 2020년 주도주였던 BBIG(배터리·반도체·인터넷·게임)를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 = 허라미 기자
그래픽 = 허라미 기자

수요가 견인한 2차전지·조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7월 11일~8월 12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87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SDI는 4748억원으로 삼성전자(4556억원)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18.6%, 삼성SDI는 16% 오르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다른 2차전지주의 주가 상승 폭도 컸다. 에코프로는 최근 1개월 새 59.1%, 포스코케미칼은 46.7% 올랐다.

2차전지주 상승 배경으로는 전기차 수요 및 판매 급증이 꼽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94만8000여 대로, 전년 동월 대비 54% 늘었다. 리튬·니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요 덕에 판가를 인상해 실적을 방어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는 평가다.

조선주도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이 에너지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가 증가했고,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LNG, 메탄올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선박’ 수요가 늘어나 ‘수주 슈퍼사이클’이 기대되고 있다. 신조선가도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져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1개월간 34.7% 상승했다. 한국조선해양(12.3%), 현대중공업(9.1%), 삼성중공업(9.4%)도 코스피 상승폭(7.5%)을 웃돌았다. 4개 업체 모두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또는 내년 초 흑자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및 강판 가격 하락과 재무상태 등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3분기부터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덕 본 방산·태양광·원전

방산 업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혜택을 본 대표 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폴란드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체계를 도입하기로 발표하면서 방산주는 내수주에서 수출주로 거듭나고 있다. 수출 ‘잭팟’이 터지면서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최근 1개월간 각각 27%, 32%가량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국제 안보 환경 변화로 국가별 국방비가 증가하면서 국내 업체가 세계 방산수출 5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등에서도 장갑차, 전차 등의 수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군사력 강화를 선언하는 등 글로벌 국방비 지출액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과 원자력 관련 종목 상승률도 돋보인다. 태양광 모듈을 제조하는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개월간 33.6%, 72.3% 올랐다. 원자력 관련 기업 중에서는 현대건설(21.4%), 두산에너빌리티(14.0%), 비에이치아이(12.8%) 등이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으로 꼽힌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인해 태양광과 원자력발전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다. 국내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에서 원전산업 육성으로 정책이 변화한 점이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조이방원’ 주들이 하반기에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에너지 산업 투자를 골자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2차전지·태양광 등 업종은 장기적인 수혜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단기 과열로 한 차례 가격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며 “태조이방원 테마들은 정책 및 국제정세 등 외부 요인이 실적 상향을 이끌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