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시 중심가 신마치도리. ‘일본에서 가장 박력 있는 축제,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는 빈말이 아니었다. 어둠이 깔리고 17대의 대형 네부타가 조명을 밝히자 시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네부타는 아오모리 지역 특유의 축제 차량이다. 높이 5m, 폭 9m, 무게 4t의 거대한 네부타가 어둠을 찢을 듯 온 힘을 다해 두드리는 북소리를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거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어깨도 절로 들썩였다.

1842년부터 시작된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축제다. 매년 8월 초 엿새간 열리는 축제 기간에 아오모리시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285만 명이 도시를 찾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네부타 마쓰리는 2018년 기준 382억엔(약 3687억원)을 벌어들여 단 6일 만에 아오모리현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축제 가운데 경제 효과가 압도적인 1위였다.

올해 네부타 마쓰리에는 ‘대한항공 네부타’(사진)가 처음 등장했다. 삼국지 장면 등을 모티브로 제작하는 여느 네부타와 달리 대한항공 네부타는 하늘색 여객기 모양으로 특별 제작됐다. 아오모리현청의 기획이다.

이색적인 지역 축제에 머무르던 네부타 마쓰리는 1970년대 일본 대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전국 규모의 홍보 전쟁터가 됐다.

아오모리현이 이 축제에 대한항공 네부타를 띄운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19 이후 끊어진 인천~아오모리 직항편을 다시 운항해 달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1995년 아오모리공항에 처음 취항한 국제선 항공사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관광객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대한항공을 타고 아오모리를 오갔다. 이 노선은 2020년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로 3년째 끊어졌다.

미무라 신고 아오모리현 지사는 대한항공 여객기 모형과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아오모리에 대한항공과 인천공항은 세계로 통하는 창”이라며 “대한항공 네부타는 노선을 재개해 달라는 아오모리현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미무라 지사는 매년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국장단을 이끌고 도쿄의 한국관광공사 지사와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 본사를 찾는다. 2003년 이후 19년째(5선) 아오모리현을 이끄는 동안 호형호제하는 대한항공 경영진도 여럿이다.

대한항공도 일본 정부가 지방 공항을 다시 열면 운항할 노선으로 아오모리 노선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무라 지사와의 관계, 아오모리공항이 일본 동북 지방의 관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오모리=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