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용카드로 2억원 넘게 생활비 펑펑…대출도 받아
'난청' 동료 보육교사 울린 억대 사기범 징역 3년
2020년 5월 중순부터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채용된 A(36·여)씨는 보름 뒤부터 동료 보육교사 B씨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B씨가 난청을 앓고 있어 속이기 쉽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B씨에게 "키즈업체로부터 교사 급여와 노트북을 지원받게 됐다"며 "주민등록증 사본을 주면 대신 신청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말을 믿은 B씨는 주민등록증 사본과 함께 휴대전화에 저장된 공인인증서를 A씨에게 줬다.

하지만 A씨는 B씨 명의로 시가 340여만원짜리 노트북을 빌린 뒤 상담사도 속여 할부금이 B씨 계좌에서 36개월 동안 매달 9만원씩 빠지게 했다.

다음 날에는 B씨 이름으로 160만원짜리 태블릿PC를 개통하기도 했다.

B씨를 제대로 속였다고 생각한 뒤 범행은 대담해졌다.

A씨는 같은 해 7월 "키즈업체 지원 (사업)과 관련해 확인할 게 있다"며 B씨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뒤 몰래 그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사흘 뒤부터 보름간 A씨는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B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5차례 현금서비스를 받아 290만원을 챙겼다.

A씨는 현금서비스뿐 아니라 B씨의 신용카드를 제 것처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신용카드로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거나 택시를 탔으며 미장원에서도, 커피숍에서도,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모두 그 카드를 썼다.

지난해 8월까지 1년 넘게 A씨가 B씨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3천300만원에 달했다.

게다가 그의 명의로 발급받은 신용카드는 2장 더 있었다.

A씨는 이 카드로 1억여원을 대출받고 생활비로 8천여만원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죄의식 없이 범행을 계속한 A씨는 "유명 증권사에 친구가 있는데 투자하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라거나 "자동차 회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새 차를 직원가로 사게 해주겠다"고 B씨를 다시 속였고, 7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는 사기·절도·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6·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B씨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2억8천만원을 가로채거나 훔쳤고, 투자금 명목으로 B씨로부터 또 7천여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등 피해 복구를 위한 조치가 없었고, 같은 범행으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죄를 저질러 엄중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