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뮤지컬단 첫 창작뮤지컬…김연수 소설 원작
김덕희 단장 "'원더보이' 시작으로 올해 창작 신작 3편 공개"
교통사고를 당한 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고 물건을 만지면 그 주인의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 17살 소년 정훈.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재능개발연구소'에서 도망쳐 나온 정훈은 '무릎이 아프고 뼈마디가 자라나는' 성장통을 겪으며 마침내 초능력 없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19∼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원더보이'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연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80년대 억압적인 사회상을 배경으로 의문의 초능력을 갖게 된 소년의 성장기가 판타지와 리얼리즘을 오가며 펼쳐진다.

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에서 공개한 '원더보이' 연습 장면을 보니 김연수 소설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상징적인 소재들을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로 풀어냈다.

박준영 연출은 "원작 소설은 정훈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공연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며 "초능력이 펼쳐지며 판타지의 느낌을 주는 전반부를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정훈과 강토라는 인물 중심의 리얼리즘으로 전환되는 원작의 특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대신 초능력을 갖게 된 정훈은 80년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권 대령이 운영하는 '재능개발연구소'에서 그 능력을 이용당한다.

그는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형 강토를 만나면서 재능개발연구소에서 탈출하고,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엄마를 찾아 방황한다.

작품은 화려한 초능력이 펼쳐지는 전반부가 아닌 정훈의 초능력이 점점 흐려져 마침내 사라지고 마는 후반부에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마지막 곡인 '우주의 모든 기억이 운행을 멈췄던 순간을 기억하며'에서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손을 잡고 합창하며 우주의 수많은 별처럼 많고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특별한 존재임을 노래한다.

주인공 정훈 역을 맡은 배우 이휘종은 "10대 소년인 정훈은 눈물도 많고 어른들보다 감정의 변화가 빠르고 극적인 인물"이라며 "소년으로서의 재기발랄함과 풍부한 감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훈 역을 함께 맡은 김범준은 "정훈의 순수함을 그리기 위해 내 안의 순수함을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정훈의 성장을 이끄는 존재인 강토는 원래 여자로 태어났지만 약혼자의 죽음 이후 남자로 살고 있는 의문의 인물이다.

숨겨진 정체가 작품 마지막에 드러나는 강토 역에는 서울시뮤지컬단 단원 이혜란과 배우 박란주가 출연한다.

김연수의 소설은 앞서 연극과 가무극 등으로 각색된 적이 있다.

'원더보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과거 서울예술단에서 김연수의 소설 '꾿빠이 이상'을 창작가무극으로 제작한 경험이 있다.

김 단장은 "김연수 작가는 '꾿빠이 이상'을 보고 무대에서 작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고 되레 영감을 받는다고 말할 만큼 본인 작품이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데 관심이 많은 분"이라며 "이번 뮤지컬을 만들면서도 각색할 때 유의할 점을 물었는데 본인의 영향이 미치는 게 싫다며 무대로 와서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의 취임 후 첫 창작뮤지컬인 이 작품을 시작으로 서울시뮤지컬단은 올해 창작 뮤지컬 2편을 더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김 단장은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립 뮤지컬단으로서 창작 뮤지컬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원더보이'와 같이 소설을 각색하거나 젊은 창작자, 배우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