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들, 밤이면 열대야에 정처 없는 발걸음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대구 임시선별검사소, 폭염과 사투
"무더운 날씨에 방역복이 땀범벅이 되면 진료소 천막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
낮 최고기온 37도가 예보된 4일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합성어).
습도마저 높은 한증막 날씨 속 임시선별검사소 의료진들은 폭염과 사투를 벌였다.

지난 1일부터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연 중구 국채보상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더위를 쫓기 위한 선풍기와 냉풍기가 바삐 돌아갔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의료진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검사를 받으러 오는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질 때마다 의료진들의 발길은 대형 선풍기 앞으로 향했다.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은 내부의 뜨거운 열기에 당황한 듯 두리번거리며 대형 선풍기부터 찾았다.

민소매 상의에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방문한 고모(24)씨는 "검사소 내부가 야외보다 더 덥고 습하다"며 "옷을 가볍게 입어도 더운데 의료진들은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예보에는 못 미쳤지만, 대구는 이날 낮 최고기온 34.6도, 체감 온도는 35도에 달했다.

의료진들은 "개별 얼음조끼도 있지만, 오늘 같은 무더위에는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하모(23)씨는 "얼음조끼는 보통 1시간 정도 유지되지만, 오늘 같은 날은 30분 만에 다 녹는다"며 "교대하기 전까지는 새 얼음조끼로 교체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더 더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대구 임시선별검사소, 폭염과 사투
악명높은 대구 폭염에 독거노인들도 힘겨웠다.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들이 선풍기 전달을 위해 찾은 70대 홀몸 어르신의 집은 무더위에 속수무책이었다.

어르신은 고생하는 사회복지사를 위해 20년 된 에어컨을 켜봤지만, 온도계는 28도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어르신은 "에어컨을 켜면 기계가 뜨거워져서 30분 이상 켜지 못한다.

그래서 밤에는 더위에 잠을 못 자 집 밖을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고 하소연했다.

오송언(30) 사회복지사는 "여관이나 쪽방촌에 사시는 분들 대부분은 에어컨 하나 없이 힘들게 여름을 나신다"며 "그런 분들의 집에 상담차 방문하면 더위에 서로 힘들어한다"고 귀띔했다.

선풍기 설치를 끝낸 오 복지사는 "폭염에 취약한 가구들을 위해 다음주 쯤에 미니 선풍기와 모기장 등이 들어있는 폭염 키트를 나눠줄 예정"이라며 이마에 땀을 훔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