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직전 클라우드에 우크라정부 데이터 안전 보관
"우크라전 서방 '깜짝 병기'는 아마존·MS·구글"
러시아 침공 직전인 2월 우크라이나는 사설 클라우드 업체들에 정부 자료를 국경 밖으로 내어 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구글과 계약을 체결했다.

곧바로 며칠 후 러시아가 침공했고, 정부 자료가 보관돼 있던 키이우의 데이터센터는 러시아 미사일 폭격으로 파괴됐다.

그러나, 이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백업 자료들이 이미 다른 유럽 나라들로 이송돼 피해가 없었다고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정보부 장관은 설명했다.

안방에서는 시장 지배력과 독점 등의 문제로 거센 비판에 처한 서방의 기술 '공룡'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수행한 이 같은 역할은 이들이 어떻게 러시아, 중국과 경쟁하는 서방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에서 우크라이나 컴퓨터망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러시아와 일부 사업 관계를 단절한 구글에 평화상을 수여했고, AWS와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유사한 상을 줬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인 AW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며칠 내에 '스노볼'(Snowball)이라 불리는 여행가방 크기의 저장장치를 이용해 토지 등기부터 납세 기록에 이르기까지 정부 자료를 신속히 다운로드해 백업한 뒤 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클라우드에 업로드했다.

이 작업에 참여한 리암 맥스웰 씨는 "그 자료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장소에 있을 것이고, 알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어디 있는지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AWS는 암호화 등을 통해 아마존 내부 직원들을 비롯해 외부인들로부터 고객 자료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면서, AWS의 가장 강점 중의 하나인 이 같은 부분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데이터 통제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전 서방 '깜짝 병기'는 아마존·MS·구글"
이처럼 소셜미디어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 기업들이 해외에서 영업하는 방식에는 본국의 가치와 법이 반영돼 있다고 WSJ은 짚었다.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데이터 보호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소셜미디어 회사들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들이 러시아나 중국에서처럼 당국의 게시물 삭제, 자료 접근 명령에 굴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 회사가 해외에서 영업할 경우에도 본국에서의 관행을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구글이 최근 러시아에서 전쟁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정부 지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단적인 예이다.

이처럼 비용, 특성과 함께 신뢰성은 기술회사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아울러 '가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WSJ은 짚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우크라이나에 다량의 통신 장비를 공급해 왔지만 페도로우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5세대(5G)망 구축은 스웨덴의 에릭손, 핀란드의 노키아와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페도로우 장관은 "우리는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 국가와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