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국내 간판 기업의 명암을 가른 것은 ‘가격 결정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에 짓눌린 가운데 치솟은 원자재 및 물류 비용을 제품 판매가격에 성공적으로 전가했는지에 따라 실적이 갈렸다. 올 하반기에도 탄탄한 수요(시장 점유율)와 상품 경쟁력 등을 지닌 자동차, 2차전지 관련 기업이 가격 결정력을 앞세워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 중 국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분석에 참여한 97곳의 매출과 영업이익 합계는 각각 402조9273억원, 47조678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49%, 12.77% 증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의 여파로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2분기부터 국내 기업 실적이 꺾일 것이란 애초 우려를 잠재웠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가격 결정력을 쥔 기업들이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내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분기 평균 판매단가를 각각 11%, 6% 올렸다. 철강 등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그대로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계속 몰리고 있다. 현대차의 대기 수요는 약 120만 대에 달할 정도다.

2차전지 업종도 마찬가지다. 소재·셀 업체들은 니켈 리튬 등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판매가에 전가하면서 잇달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건설, 석유화학 업체들은 어닝쇼크에 휩싸였다.

글로벌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테슬라와 코카콜라, LVMH 등은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2분기 호실적을 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