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로 재고품 시장은 ‘호황’ >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신상품과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재고품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2일 서울 개봉동의 재고품 전문 판매업체 리씽크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전자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 인플레로 재고품 시장은 ‘호황’ >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신상품과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재고품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2일 서울 개봉동의 재고품 전문 판매업체 리씽크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전자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만원으로 점심 한 끼 마음껏 사 먹기 어려운 시대다. 서울에선 여름철 대표 메뉴인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이 1만269원(1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 기준)으로 전년(9500원) 대비 8.1% 올랐다. 직장인과 학생들이 즐겨 찾는 비빔밥(9538원) 칼국수(8269원) 등도 곧 1만원을 돌파할 기세다.

이렇다 보니 요즘 직장인, 대학생들 사이에선 허리띠 졸라매기가 한창이다. 기간을 정해 해당 기간에 한 푼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 공동구매 등을 통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짠테크(짜다+재테크)’ 등이 성행한다.

도시락을 싸 오거나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저가 도시락을 사 먹는 건 요즘 직장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태다. 회사원 이아영 씨(32)는 “주 2회는 직접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고, 나머지 3일은 편의점 등에서 도시락 등을 사 먹는다”며 “도시락을 싸가는 날에는 커피전문점도 찾지 않아 교통비를 제외하곤 지출이 없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오늘하루 無지출"…"노트북도 떨이제품 구매"
이런 소비 패턴이 확산하는 것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한솥도시락의 지난 6월 오피스 상권 점심시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한솥도시락은 전체 메뉴의 70% 이상이 6000원 이하다. 위메프에서는 4~7월 도시락통, 도시락용 수저 세트 등 도시락 관련 상품 매출이 80% 이상 증가했다.

배달료 5000원을 받는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가 나타날 정도로 배달료가 치솟자 여러 명이 모여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문화도 퍼지고 있다. 올해 1~6월 당근마켓 ‘동네생활탭’에 올라온 공동 구매자 모집 게시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당근마켓은 이런 수요를 반영해 지난달 ‘같이사요’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진영 당근마켓 같이사요TF장은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소분할 사람을 찾거나, 배달비 또는 최소 주문금액이 부담돼 음식 및 택배를 같이 주문할 사람을 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을 이용할 때는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할인가에 구매해 지출을 아끼려는 흐름도 나타났다. 중고나라 플랫폼에 등록된 모바일 상품권 규모는 4월 73억원에서 6월 98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고가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재고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리퍼 상품과 재고 상품을 판매하는 티몬 ‘알뜰쇼핑’ 카테고리의 6월 매출은 전달 대비 93% 증가했다. 노트북, 가전제품 등 전자기기 매출은 3823% 급증했다.

재고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의 성장세도 빠르다. 2019년 처음 문을 연 리씽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536억원을 나타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퍼나 재고 상품은 중고품과 달리 다른 사람 손을 탔던 제품이 아니어서 더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