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동맹’에 가입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 YMTC 등 중국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규제안이 시행되면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산업 발전을 막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조치는 중국에서 미세공정을 적용해 D램을 제조 중인 SK하이닉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한국 대만 일본을 묶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이달 말까지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칩4 동맹에 참여하면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은 뒤늦게 반도체 지원책을 들고나왔다. 국민의힘은 2일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16%에서 20~30%로 확대하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중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산업에 도움을 주기보다 국내 투자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정지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