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연기금, 투신(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한 달 동안 LG그룹주를 집중적으로 사 모았다. 증권가에서는 LG그룹주가 하반기 실적 개선에 힘입어 탄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 사이에 연기금이 사들인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3개가 LG그룹주였다. 이 기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4005억원)이었다. LG생활건강(665억원), LG화학(365억원)도 순매수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LG전자(96억원), LG디스플레이(36억원) 등도 사들였다.

연기금은 최근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9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주식을 파는 상황에서도 선별적으로 LG그룹주를 매수한 것이다.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LG그룹주를 적극 사들였다. 운용사는 최근 1개월간 LG화학(560억원)과 LG생활건강(278억원)을 각각 두 번째, 네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보험의 경우 LG화학(388억원), LG에너지솔루션(351억원), LG생활건강(130억원) 등 세 종목이 순매수 10위 안에 들었다.

이같은 기관투자가 수급에 힘입어 LG그룹주는 최근 한 달 새 일제히 반등했다. LG화학(20.43%), LG에너지솔루션(17.67%), LG생활건강(15.04%), LG디스플레이(5.92%), LG이노텍(4.84%) 등이 모두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특정 그룹주에 대한 선호가 뚜렷이 나타난 것은 단순 수급이 아니라 전략적 접근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주는 대체로 지난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48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예상치(3355억원 영업손실)를 하회했다.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전자 등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하반기에는 LG그룹주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원가 상승분이 하반기부터 판매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 전지가 2분기 25만4000대에서 3분기 36만5000대로 늘어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한 90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과 LG디스플레이는 수요 둔화 우려로 올 들어 주가가 급락했지만, 지난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2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LG디스플레이는 적자 규모(1201억원)가 2분기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LG화학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는 양극재 등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 가치가 20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도 81.84%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42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