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⑴ 판가전이 오롯이 누려…내년엔 역기저
⑵ 인플레에 증설도 쉽지않아
⑶ 바이든 지지율 추락…친환경 역풍?
[마켓프로] 2차전지주가 고평가 업종으로 꼽히는 3가지 이유
"2차전지의 가파른 성장은 가격에 의해 왜곡된 측면이 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어떤 주식·업종이 고평가된 것 같냐'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2차전지주를 가장 먼저 꼽는다. 물론 실적이 잘 나오는 것도 맞고, 성장 중인 업종인 것도 맞다. 다만 그 성장이 가격 인상 효과로 인해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 구도가 바뀌면 성장궤도가 훼손될 수도 있단 시각도 나온다. 2차전지주를 둘러싼 의문을 정리해봤다.

가격이 부풀린 성장성?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차전지 양극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4.25% 증가한 1029억원을 기록했다. 동종업체인 엘앤에프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1142.96% 증가한 71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케미칼 등 2차전지 관련 소재주 업종들도 2분기 실적이 양호한 편이다.

2차전지주는 최근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손에 꼽히는 성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내연차 시대가 전기차로 바뀌는 등 산업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조단위의 설비투자 발표가 이어진 것도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였다. 따라서 이번 2분기 실적은 이런 기대감이 단순히 기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시킨 결과라 받아들여졌다. 실제 고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한 데이터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실적에 왜곡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자체가 성장인 것은 맞지만 가격 인상과 강달러 효과에 힘입어 그 성장세가 부풀려져 있다고 분석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최고투자책임자(CIO) A씨는 "2차전지 관련주가 상반기 예상보다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인플레이션 수혜주였기 때문"이라며 "2차전지는 원가가 오르면 판가에 100% 전가할 수 있는 구조였던 데다 강달러 효과까지 봤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는 "이미 2차전지의 원재료인 니켈 등의 가격은 고점 대비 상당히 하락한 상태이고 환율 역시 하반기 한풀 꺾일 것"이라며 "같은 물량을 팔아도 지금 같은 실적이 찍히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장관계자들은 2분기엔 2차전지 소재주가 판가 인상의 효과를 크게 봤고, 3분기엔 2차전지 생산업체가 판가 전가를 시작하면서 가격 인상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내년 2~3분기쯤 되면 올해 실적이 역기저 효과로 작용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추가 증설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 투자 재검토는 현지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탓"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A씨는 "인플레이션으로 공장 짓는 비용도 전에 비해 급등했다"며 "증권가에선 증설을 기반으로 2024~2025년 생산능력(CAPA)을 계산한 상태인데 그 기대치를 하회하면 밸류에이션을 다시 토해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권력 잃으면 친환경에 역풍?

미국 정치 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친환경 관련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취임 첫날엔 미국과 캐나다의 원유 수송관인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필연적으로 전기차, 그리고 배터리업체가 낙수효과를 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밑돌고 있다.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살림이 팍팍해지자 심판론이 부각된 탓이다. 이에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뿐만 아니라 2024년 재선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B씨는 "지금 시장에선 2024~2025년 기준 전기차 산업 시나리오가 최선의 최선을 모두 달성할 것을 전제로 가치를 산정하고 있다"며 "당장 미국 민주당 집권만 무너져도 2차전지 적정 주가수익비율(PER) 밴드가 확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질적인 문제점으론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리콜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많은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내재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재 업체의 경우 결국 하나의 '벤더 업체'이기 때문에 가격 후려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밖에 한국산 2차전지가 탑재된 자동차들이 리콜 문제에 자주 시달리는 것도 눈 여겨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놈의 불 불 불" feat. A씨
▶A씨: 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전세계 배터리 점유율은 30% 정도인데, 불난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따져보면 너무 높아.
▷기자: 공법 때문에?
▶A씨: 맞아. 삼성SDI는 양극재 같은 걸 이불처럼 Z자로 둘둘 말아서 만드는데 LG엔솔은 잘게 썰어서 차곡차곡 쌓는 방법을 써. 비용도 많이 절약되고 빨리 만들 수도 있는데 불이 잘 나.
▷기자: 리콜 가능성을 얘기하는 거네.
▶A씨: 공정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도 만만찮을 것 같아.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