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알카에다의 2대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사살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21년 만의 응징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CIA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오전 6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알자와히리의 은신처를 공격했다. 알자와히리가 나타나자 드론을 활용해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다음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의가 실현됐다. 이 테러 조직 지도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알자와히리의 사망을 확인했다.

알자와히리는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2001년 2900여명이 희생된 9·11테러를 주도한 인물이다. 2011년 빈 라덴이 미국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직후 알카에다의 수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집트 외과 의사 출신인 그는 15세 나이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에 가입하며 테러활동을 시작했다. 이집트에서 ‘지하드(성전)’를 주창한 인물로 악명이 높았다.

9·11테러 직후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당국은 알자와히리에 현상금 2500만달러(약 326억원)를 걸고 20여년간 그를 추적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CIA가 주도한 알자와히리 공습 작전은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알자와히리가 은신처를 카불로 옮겼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실제 거주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와히리는 사망 당일까지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 집에 머물렀다.

CIA는 은신처 모형을 제작하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작전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전을 채택했다. 드론 공격 일주일 전부터 기회가 오면 언제든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정밀 타격 덕에 이번 공습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알자와히리 사살 작전이 성공한 건 바이든 행정부의 ‘명백한 성과’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지 1년 만에 성사된 작전이라서다. 미군이 떠난 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 내에서 중동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상군을 배치하지 않고도 정밀타격을 통해 알카에다 수장을 제거하며 논란을 종식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디에 숨어있든, 우리에게 해가 된다면 미국은 끝까지 테러리스트를 찾아내 쫓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