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세운지구·하계5단지 고밀개발 구상…용적률 풀어 초고층으로
개발이익 환수·교통 대책 등 과제…"고밀개발 특성 고려해야"
서울 스카이라인 바꾸는 오세훈표 초고층 개발…과제 산적
민선 8기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초고층 복합개발의 밑그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10년간 멈춰 섰던 용산철도정비창과 세운지구 개발부터 서울의 첫 재건축 임대주택단지인 하계5단지까지 용적률을 대폭 풀어 한정된 부지 안에서 개발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 투입에 따른 부담과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 간 갈등, 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초고층 고밀개발로 토지 부족 해결…용적률 대폭 상향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정비창 부지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는 용도·용적률 규제를 풀어 고밀 복합개발하는 방안이 적용된다.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특례법을 통해 법적 상한 용적률 1천500%를 뛰어넘는 창의적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한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약 10년 전 박원순 전 시장이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면서 멈춰 서 있던 초고층 복합개발이 다시 본격 추진되는 셈이다.

더욱이 기존 규제 틀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스카이라인이 가능해진다.

123층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건물도 충분히 들어설 수 있다.

서울 스카이라인 바꾸는 오세훈표 초고층 개발…과제 산적
오 시장이 이 같은 초고층 복합개발로 눈을 돌린 데는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해 "도심 복합개발은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줄일 뿐 아니라 도시철도망 건설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예산, 베드타운 양산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지역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도시계획 개념이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이다.

서울시가 올해 3월 '2040 도시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핵심 내용으로, 주거·상업·공원 등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어떤 용도를 넣을지 자유롭게 정해 유연한 개발을 유도한다는 개념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한 건물에 운동장 없는 학교와 초고층 수직정원 등이 동시에 들어서고, 건물 안에 주택과 업무시설이 함께 있는 '직주혼합'이 가능해진다.

시는 이미 2040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기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35층 높이 기준도 삭제하기로 했다.

하계5단지 등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에도 초고층 고밀개발을 적용해 택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이다.

하계5단지의 경우 준주거지역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당초 93.11%에서 435%까지 올려 세대수를 기존 600세대에서 1천600세대 이상으로 늘리고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넣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고 층수는 오 시장이 예로 든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처럼 50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부동산 자극 우려…개발이익 환수도 과제
이처럼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용산과 세운지구 등 서울 도심에 초고층 업무·상업 시설이 새로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스카이라인 바꾸는 오세훈표 초고층 개발…과제 산적
막대한 재원 투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것도 과제다.

용산정비창의 경우 공공이 12조원가량을 투자해 인프라를 조성하면 민간이 들어와 세부 개발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막대한 개발 이익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전날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공공의 땅을 헐값에 매각해 1천500%의 용적률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정비창개발의 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이번 개발구상은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도심의 공공토지를 기업에 고스란히 넘기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용산과 세운지구에서 초고층 복합개발이 추진되면서 도심 업무 공간의 공급 과잉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과도한 상업용지 개발이 공실 증가로 이어져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와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서울 스카이라인 바꾸는 오세훈표 초고층 개발…과제 산적
여기에 고밀개발 특성상 급증하는 교통량을 소화할 대책도 필요하다.

용산정비창의 경우 강변북로, 한강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개설해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인데,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도로 체계가 필수적이다.

공공주택의 경우 주거지인 만큼 더욱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싱가포르 '피나클'은 공공분양, 하계5단지는 공공임대인 만큼 단순히 '벤치마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임대주택을 고층으로 하게 되면 건축비와 관리비 부담이 커지는데 그렇다고 건축비와 관리비를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빨리 노후화할 수 있는 만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계5단지는 커뮤니티시설을 지나치게 고밀로 복합화하다 보면 주거지가 갖춰야 할 일조권, 인동 간격(동 간 거리) 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분을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