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가수들, ’전승절’ 기념공연 장식…세련된 헤어·메이크업 눈길
젊은이들 남측 문화 물들지 않게 北 예술 강화하는 듯
북한에서 유명 가수 출신이라고 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나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 등이 손꼽힌다.

리 여사는 최고지도자의 아내가 되기 전 인민보안성(현 사회안전성) 산하 내무군(현 사회안전군) 협주단을 거쳐 은하수관현악단 독창가수로 이름을 떨쳤다.

2010년대 초중반 모란봉악단에서 유명세를 누린 류진아, 라유미, 선우향희와 2018년 4월 남북합동공연 당시 가수 이선희와 'J에게'를 함께 부른 김옥주가 인기의 명맥을 잇는다.

이후 한동안 신인 발굴이 뜸하던 북한 음악계에 새 얼굴이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기념행사를 통해서다.

드론쇼와 항공육전병 강하 등으로 화려하게 막을 연 이번 행사에선 신인 가수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리 여사가 북한 애국가를 들으며 눈물짓는 모습까지 포착됐던 이들의 공연은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북한 전역에 방송되며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연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인 가수는 정홍란과 김류경, 그리고 문서향이다.
1일 조선중앙TV의 중계를 보면 노래 제목과 가수의 이름을 별도 자막으로 표기했는데, 정홍란은 '예쁜이', '누가 나에게 가르쳤던가', '나의 한생' 등 당을 찬양하는 선전가요를 불렀다.

김류경은 '나는 알았네', '인생의 영광', '전승의 축포여 말하라'를 선보였고 문서향은 '전사의 노래', '축복의 노래' 등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특별히 주목받은 건 가수들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화려한 의상이다.

정홍란은 꽉 찬 '풀뱅' 앞머리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류경은 살짝 층을 낸 단발머리에 서구적 이목구비를 강조한 화장을 했다.

남한 시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느낌의 다소 유행이 지난 스타일이지만 북한에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2018년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공개한 평양 고급편의시설 창광원 미용실의 머리 형태 도안을 보면 남한의 1980년대 광고에서 봤음직 한 파마머리가 최신 유행이라고 소개된 일도 있다.
조선중앙TV 중계에서 이들의 소속 악단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삼지연관현악단, 국가공훈합창단 등이 참여한 만큼 이 가운데 한 곳 소속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악단은 엄격하게 단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단원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영재 코스를 밟고 금성학원과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에서 엘리트 예술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 전승절에 신인 가수들을 공개한 것은 젊은이들이 남측 문물에 물들지 않도록 자국 예술가들을 띄워 주민들을 정신 무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김옥주 국무위원회 연주단 성악배우에게 '인민배우' 칭호를 주는 등 여러 예술인을 표창하며 예술 부문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는 신인배우 리효심을 주연으로 발탁한 새 TV연속극 '마지막 한 알'이 중앙TV 전파를 탔으며, 6년 만에 새로운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이 개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