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떠돌던 조선 왕실 문화재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로 잘 알려진 라이엇게임즈의 후원 덕분이다.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27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한국의 집에서 국외문화재 ‘보록(寶·사진)’ 환수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보록은 조선 왕실의 인장인 어보를 넣는 보통을 보관하는 외함이다. 당시 왕실 문화와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높다. 서준 문화재 전문위원은 이날 “(보록은)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되기 때문에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록은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해 고국으로 돌아온 여섯 번째 국외 소재 문화재다. 2014년 대형 불화인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 궁인 등 총 다섯 건의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맺고 올해로 만 10년째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누적 기부금은 68억7000만원에 달한다. 2017년에는 외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 분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에서 사회환원 사업을 담당하는 구기향 총괄은 “현재의 놀이 문화를 만드는 게임사로서 문화의 뿌리를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라이엇게임즈의 문화재 환수 후원을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심비 마케팅’으로 보고 있다. 주소비층인 2030세대에 게임 아이템 구매가 문화재 보호로 이어진다는 점을 은연중에 각인시킴으로써 ‘착한 소비’ 성향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환수된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다음달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