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겸 직무대행이 26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겸 직무대행이 26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해 정치권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사진 보도 후 말을 아끼던 이 대표는 27일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은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대통령실은 "사적 대화 내용이 노출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 사진=뉴스1

李 "오해 소지 없이 명확히 이해"…'양두구육' 응수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적었다. 이는 사자성어 '양두구육'을 언급한 것으로, 윤 대통령과 권 대행 간 대화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울릉도에 방문 중인 이 대표는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며 "그 섬에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고도 적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그 섬'은 여의도, '이 섬'은 울릉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에 문자를 보내 윤 대통령의 문자에 대해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며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해당 문자에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인 태도가 명명백백하게 담겨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범 홍보수석이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영범 홍보수석이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통령실 "사적 문자 노출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아"

사태가 일파만파 거세지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가 노출된 데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그간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 문자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최 수석은 "권 대행께서 입장을 밝히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덧붙여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한 번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촬영해 이렇게 언론에 공개해서 정치 쟁점으로 만들고 이슈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와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와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尹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바뀌니…"

국회사진기자단은 전날 오후 4시께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해 보도했다.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은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 당시 대통령이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당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은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 된 것 같아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지지자 소통 플랫폼에서 관련 질문에 "대통령도 사람입니다"라고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권 대행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또 "윤 대통령이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며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野 "이러니 민생 더 어려워져" 비판

야권에서도 비난이 폭주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자기 당의 대표를 제거하고 기분 좋아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이런 문자를 보낼 만큼 대한민국이 한가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 위원장은 "문자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라며 "대통령이 이런 데 관심을 두니까 민생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는 이 대표에 의지해 젊은이들 표를 얻어내더니 이제는 내부총질 한다고 젊은 대표를 잘라내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미소를 보면서 정치가 잔인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이런 대통령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지 좀 회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