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10곳 중 6곳이 지난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환율 효과(원화 약세)와 판매가격 인상에 힘입어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에코프로, 테크윙 등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크게 웃돈 기업은 부진한 증시 가운데서도 안정적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악재 뚫은 기업들…10곳 중 6곳 '깜짝 실적'

34곳 중 21곳 깜짝 실적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한 곳 이상이 2분기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기업은 34개다. 이 중 컨센서스를 웃돈 영업이익을 낸 기업은 21곳(61.8%)이다. 200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평균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비율(43.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기업은 13곳(38.2%)이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통화 긴축 등 각종 악재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요 원인으로는 환율 효과가 꼽힌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고 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0.7%(전기 대비)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민간소비도 기업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강력한 소비 사이클이 기업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주목

컨센서스를 가장 크게 웃돈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에코프로다. 2분기 영업이익이 1700억원으로 컨센서스(593억원)를 186.7% 웃돌았다. 이 밖에 포스코케미칼(72.6%), 오스템임플란트(60.8%), 에코프로비엠(51.3%), 포스코인터내셔널(30.7%), 현대로템(36.7%), 현대차(30.5%) 등도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기업을 주목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기업은 하반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포스코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53억원으로 1개월 전(369억원)보다 22.8% 상향 조정됐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차 등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개월 전 대비 높아졌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대부분은 탄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13일 실적 발표 이후 이날까지 32.74% 상승했다.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 업체 테크윙은 실적 발표일 이후 이날까지 18.12% 뛰었다. 이 회사는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24.4% 웃돌았다.

2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종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DB금융투자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3분기 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는 기업을 추렸다. 에쓰오일, LG이노텍,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SDI, 엘앤에프, BGF리테일, JYP Ent. 등 7개 종목이 꼽혔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4408억원이다. 1개월 전(9304억원) 대비 54.9% 상향 조정됐다. LG이노텍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같은 기간 13.4% 올라갔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