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도로 따라 100m 긴 대기줄
"재룟값은 계속 상승하는데 후원은 점점 줄어"
"물가 눈치, 후원 눈치에 코로나까지"…무료급식 '휘청'
"육류나 채솟값은 계속 오르는데 후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
26일 오전 11시 30분께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매주 2회 무료 급식 봉사를 하는 '사랑해 밥차' 최영진 대표는 "이왕 하는 거 잘해드리고 싶은데 요즘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급식 시작 30분 전부터 100m 길이의 도로를 따라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전동차나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어르신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들로 무더위에도 그늘 아래 서거나 부채질을 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최 대표는 "재룟값은 30% 올랐고 후원은 코로나19 이후에 20% 이상 끊겼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까 무료 급식을 먹겠다는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 눈치, 후원 눈치에 최근에는 또 코로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물가 눈치, 후원 눈치에 코로나까지"…무료급식 '휘청'
그런데도 '사랑해 밥차' 측은 당장 반찬 개수를 줄이거나 무료 급식 횟수를 조정하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봉사자는 "반찬 수를 줄일 바에는 차라리 급식을 안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급식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의 발길도 더 늘어났고, 자원 봉사자 30여 명은 배식 칸에 있던 국과 반찬들을 보충하느라 분주했다.

최 대표는 "정말 배가 고파서 찾아오는 분들은 이제는 많지 않다"며 "친구들을 만나서 소통하고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사랑해 밥차' 측에 따르면 매번 1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무료 급식소를 찾아온다.

음식 종류에 따라 1회 200만~6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물가 눈치, 후원 눈치에 코로나까지"…무료급식 '휘청'
최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후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주 5회도 거뜬하게 했었다"며 "밥차 운전기사도 따로 있었는데 지금은 비용을 줄이려고 내가 직접 운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여 동안 문을 닫았던 '사랑해 밥차'는 지난 5월 운영을 재개했다.

달성군 다사읍 대실역 광장에서도 무료 급식 봉사를 재개하려고 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잠정 중단했다.

대구시는 현재 방문객 100명 이상인 지역 무료 급식소 6곳에 이용객 1인당 2천300원의 급식비를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 사업비는 3억1천400만원이다.

현장에서 만난 70대 최모씨는 "두류공원에 나와서 걷기 운동을 하고 무료 급식소에서 또래들을 만나는 게 하나의 낙이다"며 "지자체에서 꾸준하게 지원을 해서 운영이 중단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물가 눈치, 후원 눈치에 코로나까지"…무료급식 '휘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