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활용해 교사들 컴퓨터 접근한 범죄…교육 당국 충격
"내신 불신에 따른 정시 확대 주장 탄력받을 수도"
4년전 시험지 유출 이어 대형 내신부정 터진 광주 대동고 '오명'
학생들이 교사들의 노트북에 몰래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기말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동시에 빼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된 광주 대동고는 4년 전에도 시험지가 통째로 유출된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대동고는 내신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수사 결과 등에 따라 학교 관리자 등에 대한 대규모 징계 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동고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답안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6일 교무실에 침입한 학생 2명으로부터 기말고사를 앞둔 출제 시기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화면 내용을 회수하는 수법으로 시험 문제와 답안지를 빼돌린 혐의를 확인했다.

경찰이 정확한 수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학교 측의 교무실과 교사들의 컴퓨터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광주 교사 노조 관계자는 "학교 측의 구조적인 잘못이 있나 따져봐야 한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학교 관계자들의 대규모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단 이번 기말고사에 국한한 문제인지, 2명만 연루된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역대 적발된 내신 부정행위 중 학생들이 IT(정보기술)를 활용해 교사들의 컴퓨터에 접근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동시에 빼낸 사례는 이례적으로 교육 당국에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교사의 컴퓨터에서 악성프로그램을 활용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동고에서는 지난 2018년 고 3 전 과목 시험문제가 유출돼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행정실장은 운영위원회 회식 자리에서 학부모의 부탁을 받고 학교 등사실에서 시험지를 빼내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학부모는 빼돌린 시험문제를 재정리해 아들에게 기출문제인 것처럼 건네 아들이 미리 풀어보고 시험에 응시하도록 했다.

당시 행정실장과 학부모는 범행이 적발돼 구속됐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연거푸 대형 내신 부정행위가 적발된 대동고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신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되면서 정시 확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광주지역 모 고교 관계자는 "수능을 앞두고 터진 이번 사건이 내신에 대한 불신을 키워 정시 확대 주장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