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병원 입원병실 천장에는 인공지능(AI)이 모니터링하는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달려 있다.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면 AI는 즉각 의료진을 호출한다. 시스템을 구축한 뒤 낙상사고 발생 시 의료진이 병실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 120초에서 10초로 줄었다.

AI 덕분에…환자 낙상 땐 의료진 '10초 출동'
디지털 전환(DX)이 국내 병원가 풍경을 바꾸고 있다. 25일 열린 보건복지부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 성과보고회에선 각종 성공 사례가 발표됐다. 연동된 환자 정보를 AI가 분석하면서 응급상황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 의사와 간호사 등 사람 손에 의존하던 업무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의료진은 환자 돌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강원대병원은 낙상·욕창 예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오멕스소프트와 손잡았다. 국내 입원환자의 안전 관련 사고는 한 해 1만2000건가량 발생하는데, 이 중 낙상이 44.3%다. 이 모니터링 시스템은 오랫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고 누워있는 환자를 선별해 의료진에게 전달함으로써 고령 환자의 욕창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대병원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가 낙상 고위험 지역으로 이동하면 담당 의료진의 알람이 울리게 했다. 그 덕분에 낙상 발생률은 1000명당 0.43명에서 0.32명으로 25.6% 줄었다. 간호사가 욕창 환자 피부 사진을 찍으면 AI가 분석해주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능형 물류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병동마다 매일 쓰는 거즈와 수액, 환자복, 침대시트 등의 표준 수량을 예측한 뒤 배송로봇이 매일 밤 자동으로 각 병동 물품관리실에 전달한다. 1시간 걸리던 진료재료 요청, 재고관리, 검수 등의 과정이 사라지며 업무시간이 제로(0)가 됐다. 재고비용은 1794만5000원에서 260만7580원으로 85.5% 줄었다.

국립암센터는 암환자를 위한 스마트 특수병동 시스템을 운영한다. 환자가 통증 수준을 앱에 입력하면 의료진이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 용인정신병원에선 입원 환자가 화장실 샤워실 등 특정 장소에 30분 넘게 머물면 의료진에게 경고가 간다. 한림대성심병원은 맞춤형 키오스크를 통해 외래 환자 동선을 파악하고 진료 순번을 자동 지정한다. 입·퇴원 환자 수를 예측해 AI로 병상도 자동 배정한다.

복지부는 2020년부터 의료기관의 DX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관련 컨설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혁신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 요구에 맞춰 환자 중심, 예방 중심 미래 의료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며 “혁신 DX 시스템이 중소 병원까지 확산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