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를 만든 게 KT?"…IP·제작·유통 아우른 밸류체인의 힘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역삼역?”

KT스튜디오지니가 공동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 두뇌를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다니면서 겪는 일화를 그리고 있다. 24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1일 방영된 드라마 우영우 8화 시청률은 전국 13.09%, 수도권 14.97%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1화의 전국 시청률(0.95%)과 비교하면 4주 만에 13배 넘게 뛰었다.

주인공 박은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유명 배우를 찾을 수 없다. 장애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방영 중인 케이블채널 ENA도 인지도가 낮다. 그럼에도 우영우 대사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 관계자는 “스타를 기용한 대작보다 색깔이 확실한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며 “‘KT가 이런 걸 했다고?’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영우를 만든 게 KT?"…IP·제작·유통 아우른 밸류체인의 힘

플랫폼별 맞춤 콘텐츠로 승부

콘텐츠는 KT의 핵심 신사업으로 손꼽힌다. KT가 국내 최대 유료방송 사업자인 만큼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방송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T는 작년 3월 콘텐츠 사업 관련 중간지주사인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그 산하에 원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스토리위즈와 음원 플랫폼 운영업체 지니뮤직, 모바일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스카이TV·미디어지니 등을 배치했다. KT 관계자는 “원천 IP부터 콘텐츠 기획·제작, 플랫폼, 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을 갖췄다”며 “올해는 스카이TV 채널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이 우영우다. KT스튜디오지니는 내년까지 총 24개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유통하는 플랫폼과 채널 특성에 맞춰 드라마를 선보일 방침이다. TV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올레tv에 우선 편성되는 콘텐츠는 소재와 표현을 보다 자유롭게 제작하는 식이다.

현재 예정 중인 작품은 서스펜스 스릴러 ‘종이달’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가우스전자’, 유튜브 콘텐츠 기반의 ‘신병’ 등이 있다. 스카이TV 역시 ‘강철부대’ ‘나는 솔로’ 등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의 성과를 바탕으로 3년간 콘텐츠 제작 및 수급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미디어 매출, 2년 새 30% 성장”

KT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은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의 서비스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와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CJ ENM이 최대주주인 티빙과 합병해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티빙과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두 서비스가 합쳐지면 단순 합산 기준 이용자 수(MAU)가 560만 명으로 웨이브(424만 명)를 제치고 국내 최대 OTT 서비스가 된다.

지난 3월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콘텐츠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사는 유망 콘텐츠를 올레tv와 티빙, 각자의 TV 채널 등에 함께 내보낼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인터넷TV(IPTV) 셋톱박스와 KT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에 티빙 앱을 선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T그룹 미디어 부문 매출은 3조6000억원으로 2년 전(2조7400억원)보다 29.8% 증가했다. KT는 이 부문 매출을 2025년 5조원으로 끌어올려 국내 1위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이 본격화하면 미디어 플랫폼 가입자와 매출 증대 효과,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