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커뮤니티에 나타난 익명의 '꼰대'…배곯는 후배들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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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A씨, '버킷리스트' 댓글 단 재학생 74명에게 커피·치킨 선물
"댓글로 버킷리스트 하나만 달아주세요.
3명 추첨해서 기프티콘 나누겠습니다.
"
기말고사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14일 한국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자신이 졸업생이라며 응원 기프티콘을 나눠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로 재학생들이 학점, 취업 등 정보를 주고받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털어놓는 공간인 이곳에서 누군가 '위로의 손길'을 건네자 학생들은 속는 셈 치며 하나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우울증에서 벗어난 온전한 나 되기', '아버지처럼 멋진 사람 되기', '우리 엄마 그럴듯한 집에서 살게 해주기' 등 각자의 버킷리스트가 200여 개 달렸다.
글을 올린 A(39) 씨는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응원의 댓글을 하나씩 달아줬고, 예정된 시간까지 글을 올린 학생 74명 모두에게 총 50만원 상당의 커피·치킨 기프티콘을 보냈다.
2013년 외대를 졸업한 A씨는 작년부터 이렇게 에브리타임에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지금까지 기프티콘 구매에 쓴 비용만 100만원 정도로, 쪽지로 연락하다가 직접 만나 용돈을 주거나 고기를 사줬던 것까지 합치면 약 400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A씨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2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속에 '나는 할 수 있다'는 느낌표 하나만 만들 수 있으면 되는데, 혼자서는 그럴 힘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라면 한 봉지를 일주일 동안 나눠 먹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살기 힘들었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A씨가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한 뒤 후배들에게 매달 20만원씩 건네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1천700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서는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도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일상에 몰입해 열심히 살아야 할 때도 있지만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줌 아웃'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꼰대'로 칭한 A씨는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그게 조금씩 퍼져나감으로써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며 "제가 부유하지도 않고 '내 코가 석 자'이지만 이런 걸 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의 희망이 헛되진 않아 보인다.
그가 준 장학금을 받은 한국외대 김승범(25) 씨는 "나도 나중에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A씨가 에브리타임에 쓴 글에는 이런 댓글도 달렸다.
"버킷리스트가 없었는데 방금 하나 생겼어요.
선배님처럼 다른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연합뉴스

3명 추첨해서 기프티콘 나누겠습니다.
"
기말고사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14일 한국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자신이 졸업생이라며 응원 기프티콘을 나눠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로 재학생들이 학점, 취업 등 정보를 주고받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털어놓는 공간인 이곳에서 누군가 '위로의 손길'을 건네자 학생들은 속는 셈 치며 하나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우울증에서 벗어난 온전한 나 되기', '아버지처럼 멋진 사람 되기', '우리 엄마 그럴듯한 집에서 살게 해주기' 등 각자의 버킷리스트가 200여 개 달렸다.
글을 올린 A(39) 씨는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응원의 댓글을 하나씩 달아줬고, 예정된 시간까지 글을 올린 학생 74명 모두에게 총 50만원 상당의 커피·치킨 기프티콘을 보냈다.
2013년 외대를 졸업한 A씨는 작년부터 이렇게 에브리타임에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지금까지 기프티콘 구매에 쓴 비용만 100만원 정도로, 쪽지로 연락하다가 직접 만나 용돈을 주거나 고기를 사줬던 것까지 합치면 약 400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A씨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2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속에 '나는 할 수 있다'는 느낌표 하나만 만들 수 있으면 되는데, 혼자서는 그럴 힘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라면 한 봉지를 일주일 동안 나눠 먹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살기 힘들었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A씨가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한 뒤 후배들에게 매달 20만원씩 건네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1천700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서는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도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일상에 몰입해 열심히 살아야 할 때도 있지만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줌 아웃'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꼰대'로 칭한 A씨는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그게 조금씩 퍼져나감으로써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며 "제가 부유하지도 않고 '내 코가 석 자'이지만 이런 걸 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의 희망이 헛되진 않아 보인다.
그가 준 장학금을 받은 한국외대 김승범(25) 씨는 "나도 나중에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A씨가 에브리타임에 쓴 글에는 이런 댓글도 달렸다.
"버킷리스트가 없었는데 방금 하나 생겼어요.
선배님처럼 다른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